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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VS 6시간 -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처럼, 이 책은 1900년대 초 당시 켈로그 사의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에 맞서 싸워 6시간 노동제를 지켜내려고 했던 움직임을 담고 있다.
물론 모든 노동자들이 6시간 노동제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으며,
개중에서도 8시간 노동을 하고 임금을 더 받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6시간제를 고수해 온 노동자들을 '매버릭'이라고 부른다.
'개성이 강한, 이상한, 독불장군'... 이라는 뜻만 보아도
당시 켈로그 사측을 비롯한 8시간제가 6시간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불편한 시선은 비단 당시의 것만은 아니다.
노동과 직업을 인간 발전과 동일시하며 그것을 삶의 중심에 놓는 현대의 수사들은
당시 6시간제 노동을 반대했던 자들이 사용했던 언어와 정확히 일치한다.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이 책을 처음 펼치며
‘8시간과 6시간의 2시간 차이가 과연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했듯이 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매버릭’들이 외치는 가치는 더욱 특별하다.
그들은 일과 직업이야말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여가’의 가치를 존중한다.
풀타임으로 일할 권리를 쟁취하는 대신 공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결국 이들이 6시간제 노동으로 획득한 2시간의 자기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서의 2시간이 아니라,
노동에서 벗어날 권리의 표상이며 노동자 스 스로가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권리인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6시간제를 강하게, 굽히지 않고 고수한 이들이 여성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이들은 노동이 삶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비판하고, 직장 밖에서 자신들이 갖는 ‘추가적인 두 시간’ 동안
대안적인 사회 구조와 활동과 가치를 일구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나칠 수 없는 의문점도 존재한다. 이런 가치를 지키는 쪽은 왜 항상 여성일까?
사회 구조적인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가정을 일군다고는 하지만, 결국 가정을 주체적으로 일구는 것 또한
늘 여성의 몫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듯 6시간제가 몇몇 켈로그 부부들에게 남성이 돌봄의 의무를 지는 계기는 되었지만,
큰 성역할의 변화는 없었듯이 말이다.
만일 현대 한국에서 노동시간이 6시간으로 줄어든다면 남성들은 기꺼이 돌봄을 수행할까?
추가적인 두 시간 동안 켈로그의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남성들도 기꺼이 공동체와 여가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가정을 일굴까?
남성들이 돌봄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단지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서라면,
왜 여성들은 지금과 같은 노동시간에도 일과 가정의 이중 부담을 지고 있을까?
노동시간 감축은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이와 더불어
가정 내의 성 평등을 함께 이루기 위해 사회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도 함께 생 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