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혼돈스럽다. 오늘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내일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버릴 수 있다. 내가 물고기라 생각해왔던 것이 물고기가 아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또한 시간의 문제일 뿐 그릇된 자만이었음이 밝혀지고 만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가만히 있으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행과 행복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고 행복에 더 많이 집중할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나는 이 책이 그러한 걸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 룰루 밀러 아버지 또한 같은 생각을 했다고 본다. 무자비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중요한 존재가 아니며, 그렇기에 좋은 대로(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생소해서였을까. 어린 룰루에게 ‘인생의 의미는 없다’는 서투른 표현을 하고 만다. 그렇게 룰루는 고민하고 방황하다 데이비드를 알게 되고, 그의 자만을 알게 되고, 마침내 세계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춘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