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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경계, 꿈 - 조선족 이주자의 떠남과 머묾, 교차하는 열망에 관하여
권준희 지음, 고미연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9월
평점 :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의 조선족'만을 만났을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연변의 조선족', 그리고 두 곳을 오가는 이주의 바람 속에서 만들어진 그들의 정체성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선의 방향을 바꾸어보니, 누구나 조금은 경계인, 이주자로 살아가는 시대, 그들의 열망은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2년의 시간과 정치 경제 제도적 배경, 폭넓은 이론이 담겨있지만, 문학처럼 쉽게 읽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바람’은 집단 이주라는 일시적 열풍이나 열광적 유행만을 뜻하지 않는다. (중략) 어느 한 곳에서도 온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뿌리 없이 유랑하는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 P27
바람은 어떤 시공간에서 형성되는 모호하면서도 강력한 정서이면서,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태도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된 시간성을 만들어낸다. 지난 30년 간 한국바람은 조선족에게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한 조건이자, 오래된 관계와 공동체를 무너뜨릴 만큼 파괴적인 위협으로 작동해왔다 - P27
한국에서 만난 조선족은 대체로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모든 소통이 한국어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한국이 ‘고향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고향, 연변으로 돌아온 이들은 이곳을 낯선 고향으로 여기고 있었다. - P126
연변 속설로 "돈이 가는 곳에 사랑이 있다"는 말이 있듯, 기다림은 이주의 순환을 추동하는 무임금 감정 노동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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