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 마로니에북스 35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청림출판 / 1991년 10월
평점 :
품절


미시마 유키오는 타고난 말재주꾼이었던 것 같다. 예술가라고 하기에 왕성한 그의 사회 이력을 보면 그러한 입씸을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즉 예술가는 비활동적인 사람이 빚어낸 연약한 활동의 산물이 아닌가. 만약 예술가가 사람들과의 정력적인 접촉으로 인해 처세적 기질을 발휘하게 되면 그것은 사업가지 예술가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가의 탈을 쓴 예술가가 태반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입씸과 그놈의 얄팍한 인격과 인맥 덕이랄까.

전에는 완벽하다, 어둡다, 라는 이유로 이 작품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고, 글자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숨막힐 정도로 강렬하고 매혹적이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그런데 이번에 또 읽은 결과는 의외였다. 내가 변한 것일까? 과연 꼼꼼히 읽어도 완벽한 문체인 것은 여전했다. 완벽하다 못해, 그 현란한 표현에 드디어 드디어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할까. 그야말로 질려 버린 것이다.

완벽함의 헛점이랄까. 뛰어난 미인은 우리를 압도하지만 어쩐지 진력이 나는 것처럼. 너무도 잘 떠들어서 진실성의 결핍 같은 것이 느껴진 것이다. 공연한 트집인지도 모르겠다. 찾다 찾다, 발견한 헛점.....중간 이상 쯤 가면 줄거리가 현저하게 작위적으로 흐른다. 말로 다 떼우는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제 금각사 방화사건에 대한 실화 소설이니만큼 그것을 겪지 못한 작가는 고심 고심하면 온갖 근사한 문체로 덕지덕지 처바른 것 같다..그런데도 그 둘러대는 입씸, 그 언어, 그 이미지는 어찌나 강렬하고 현혹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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