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처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음...?' 이었다. 나는 편견이 심한 편이고, 책 초반이 책표지에서 받은 인상보다...흥미롭지 않거나 확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없으면(정말 쓸데없는 짓이지만 고쳐지질않는다) 다시 책을 내려놓는 편이다. 회사얘기에 덮을까말까 고민하던 순간,
트렁크에 넣어뒀습니다.
이 쪽지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내려놓지 않고 끝까지 한번에 읽었다. 장에게 찾아온 재난은 너무 급작스럽다.
당혹스럽고, 마치 '장이라는 사람이 겪으면 안되는 종류의 재난'같다.
"정말로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쟝한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돼요?"
그러나 책의 이 문장을 보며 깨달았다. 사고, 재난 같은 것이 자격없는 누군가에게 끼얹어지는 불행인가? 아니, 그렇지 않기에 사고고 재난이다.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예요."
그 천재지변같은, 왜 나에게 일어났을지 모르는 재난을 겪으면서 장은 달라진다. 지난 겨울, 갑작스러운 재난같았던 소식들을 겪었던 나와 내 주변인들처럼.
“어, 성필아. 나 세종대왕 정면에.”
“같이 있자. 내가 그쪽으로 갈게. 어떻게 만나지?”
“옆에 죽마 탄 피에로 있어.”
“오케이.”
읽으면서 지난 겨울의 일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애초에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을테다.
실제로 만나는 지인이나 친구가 몇 없는 편이다. 원체 혼자다니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sns로 만나는 사람들이 더 소중했다. 콘서트는 살면서 가본적도 갈생각도 없다. 사람많은 곳이 싫어서. 그런 내가 sns로 지난 겨울 탄핵시위에 공황 약을 먹으면서도 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약속이 컸다. 지인과 나눈 Sns Dm메시지. 공황발작이 일어날까봐 시위에 나가기 고민스러웠던 나에게 '그럼 같이 만나서 가실래요? 저도 가려고요.' 말해줬던 지인의 약속. 약속한 역사 출구에 나가자 기지국 트럭이 먼저 보였다. 그 다음이 사람들이었다. 약속한 것처럼 같은 출구로 나가고, 같은 곳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행렬. 평생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 속엔 내가 속해있지 못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삶이었지만 그때만큼은 달랐다.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걸어 모였고 소리쳤다.
모여서 우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므로 국가는 더 이상 비상이 아니었다. (p.210)
말뚝들을 보면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 왜 흘리는지도 모르는 채로 흘리게 된다. 나 왜 울지? 왜 슬퍼하는 거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반응이므로 두려움에 의해 그 이유를 파고들다보면 어디선가 속삭인다. 그것이 슬픈 일이기에. 옳지않은 일이기에. 그러기에 우는거라고.
집권이 끝나고, 계엄령이 끝나도, 누군가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고, 사람이 높은데서 600일동안 고공농성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여전히 장애인에게 방해된다고 소리치고 있고, ....마치 그 집회기간동안 느꼈던 고무감이 허상이었던 것 처럼- 한번에 바뀔 것 같았던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당장 나부터가 바뀌었는데. 내가 sns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집회에서 약속을 잡은것처럼 존재하고 있고, sns에서 많은 이들이 이번 집회에서 본 깃발들과 투쟁들을 실제로 보면서,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았는지 알게되었다고 했다. 말벌아저씨처럼 금속노조가 달려와 길을 뚫었던 것처럼 우리들도 금속노조가 힘들면 달려나가겠다고 한 이들도 있었다. 노조에 갖고있던 편견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투쟁에 관심갖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재난을 겪으며 사람은 상처를 입고 그것은 흉터가 되어 남을지언정, 상처만 남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왜 말뚝을 보며 우는지 생각하려고 한다면.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여서 우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므로 국가는 더 이상 비상이 아니었다. - P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