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접하는 이외수씨의 책이다. 지난 2001년판을 재개정해서 낸 판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주변에서 친구들이 어 책이 바뀌었네? 이 책 이제 읽어? 이런식의 반응들을 보여왔다. 그렇다. 이 책은 화천의 감성마을에 살고 있는 이외수가 아닌 의암호가 자리잡고 있는, 도깨비 난장이 열리는 춘천에 살고 있을때의 이외수가 낸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도 벌써 나이가 9살이나 된 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 나의 손에 오게 되었을 이 책. 9살이라는 나이를 먹어서 그럴까. 잘 영글은 하나의 과실처럼 무언가 건들이면 톡 하고 그 진한 맛을 보여줄 것만 같다. 이외수씨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찔러왔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둔 것인가.
그대, 어디로 가십니까.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나 도깨비가 내려왔다. 하지만 나를 무서운 괴물로는 생각지 말아주시길. 예전의 우락부락한 도깨비가 아니올시다. 뭐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쫌 귀엽게 생기고, 왠지 한번 말 걸어보고 싶은 그런 개구장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우리 도깨비들도 인간이 진화하고 세상이 발전하는 것과 견주어 같이 업그레이드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길. 어어, 저기 한 인간이 지나가는군. 대학생으로 보이는데 말이나 걸어 볼까나. "그대 어디로 가십니까" "엥? 니는 뭐냐. 쪼꼼한게 어디서 어른 흉내를 내고 있어? 여기 책 안보이냐? 졸업은 했는데 그렇다고 사회인은 아직 아니고,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백조. 공부하러 도서관 가지 어디딜가겠냐-_- 니도 아직 어리다고 놀지만 말고 지금부터 공부해. 안그럼 이 누나처럼 된다." 그렇다. 지난가는 몇 사람을 잡고 저 화두를 던져보았지만 모두의 관심사는 취업, 취직이란다. 나 이러다가 200살이 될때까지 깨달음을 지닌 사람을 만나지 못해 결국 이 세상에 눌러 앉는거 아닌가 몰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냥 한번 끄적여 보았다. 뭐 저게 실은 현실의 내 생활이기도 하고 말이다. 깨달음. 좋지. 하지만 지금 나에겐 그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다. 또 누군가는 그러겠지. 오히려 바쁜 삶 속에 진정한 깨달음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지금의 나에겐 벅차다. 도깨비에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전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내가 누굴 도우며,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냐고. 1년 뒤에 다시 와서 그때 다시 저 화두를 물어봐 달라고. 그땐 너를 다시 천상의 세계로 보내줄 수 있을 대답을 멋지게 해줄 수 있을텐데.
책의 첫 페이지에 사람들은 아직 사랑의 실체를 모른다는 문구가 있다. 재산과 가문, 학벌과 재능, 교양과 외모 등등 아직도 많은 부분을 재고 생각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만난다고 비판아닌 비판을 하고 있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어리기 때문에 저런 부분들을 따지고,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할 때쯤이 되면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에 또 저런 조건들을 따지고, 살다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때가 많이 온다. 물론 나도 이상적으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은 얼마든지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막상 나의 현실로 부딪히게 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나씩 견주어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이외수씨의 책은 그 동안에 많이 접해 보았었다. 중학교때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사색상자를 시작으로, 하악하악이라던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등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고 있으면 이외수 답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외뿔 역시도 그러하다. 9년전에 쓰였다고 하지만 읽고 있으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시국을 비꼬는 듯 하고, 지금의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듯 하다. 책을 읽다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것은 결국 하나의 화두로 연결이 된다. 그대, 어디로 가십니까. 오늘도 사람들은 저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