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녀 이야기
시부사와 타츠히코 지음, 이성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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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악한 사람들을 이야기 할때 악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까. 보통 악남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으니 말이다. 질투의 여신이라 불리었던 헤라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걸까.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라는 이유로 더욱 많은 질타를 받아야 했던 이야기가 여기 있다. 물론 그녀들이 자행했던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과연 이게 정말 여리디 여린 그녀들이 행한 짓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써 어떻게 그렇게 무시무시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가 있는건지. 정말 너무 끔찍한 상황전개에 치를 떨기도 했다. 도대체 그녀들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악행들을 저질렀던 것일까. 

세계 악녀 이야기에 그려지고 있는 여자들을 보면 대부분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서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경제력과 정치력을 모두 겸비한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여자라는 것이다. 한데 오히려 이러한 점이 그녀들에겐 독으로 작용했던 것일까. 많이 가진 자가 더 욕심을 낸다고, 그녀들은 충분한 권력과 재산으로 만족을 하지 못하고 더욱 독해져만 간다. 더 많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 자기보다 뛰어난 미모의 여자에게 질투심을 느낀 나머지 그녀들이 저지른 살육은 마치 사이코패스를 방불케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 사회제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의 희생양이 되어갔다.

여기에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악녀로 꼽히는 장희빈. 하지만 그녀도 어쩌면 시대의 희생양 일지도 모른다. 궁녀의 신분으로 왕의 총애를 받지만, 정치적 싸움 아래에서 볼꼴 못 볼꼴 다 경험하면서 위태롭게 지킨 그녀의 아들과 자리. 그녀가 독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 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그녀에게 남은건 죽음과 후세에 전해진 악녀라는 타이틀 뿐이었다. 과연 그녀 주변의 정치적 싸움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모진 삶을 살지 않아도 됐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피로 목욕을 했다는 에르체베트, 사람돼지를 만든 악녀 여후, 미모로 주나라를 멸망시킨 달기, 남성편력을 가진 엘리자베스 등 여기에서 보여지는 그녀들은 모두 악녀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상황과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을 우리들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전에 서태후에 관한 다른 책을 읽었었다. 픽션적인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그런지 그 책에서는 오히려 서태후의 아픔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여기에서 그려지는 여인들에게도 왠지모를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들은 시대가 낳은 비극일이었던 걸까 아니면 단지 개인적인 취향이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 그저 씁쓸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렇듯 과거의 악녀의 모습은 차마 입에 담기 무서울 정도로 악랄하고, 사람 목숨이 그저 파리목숨 밖에 아닐 정도로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려지는 악녀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끔 자기가 추구하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회가 존재하는한 악녀들은 어딜가나 존재할 것이다. 과거처럼 피비릿내 나는 악녀의 전쟁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붙여주는 그런 귀여운 악녀들로 남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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