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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자크 스테른베르그 지음, 권수연 옮김 / 세계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도대체 어떤 사랑이야기가 나오길래 그렇지만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이야기 일까.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만으로도 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책과의 첫만남에서 책의 이미지는 참 깨끗했다. 하얀 바탕에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제목이 쓰여 있는 모습은 담백했다고나 할까. 어찌 된 사연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제목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목차에서부터 나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었다. 긴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던 책은 짧게는 대여섯줄, 길게는 어느 단편 소설만큼에 이르는 분량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그런 이야기들이 거의 40편에 달하고 있었다.
지은이의 소개에 나왔던 문구가 문득 생각난다. 2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270편에 달하는 짧은 이야기들을 쓰는 것은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그. 처음에는 뭐 그거나 그거나 같은거지 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갔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한편 한편을 읽을 때마다 다음번의 사랑은 어떠한 사랑일까 하는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고, 아~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랑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사랑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이중인격의 여인과의 만남으로 날마다 애를 먹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죽음의 여신을 만나지만 그 죽음의 여신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였기에 살아 남을 수 있었다던 이야기, 또한 아담이 자신이 추구하는 남성상이 아니라며 거부하는 이브의 이야기. 어느 아름다운 여사원으로 인해 회사의 모든 일이 마비되는 이야기 등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이 모두 참신했고 기발했다.
40편에 달하는 사랑이야기 중에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있었으며, 읽다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남녀간의 사랑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질투, 시기 등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어찌보면 비 정상적인 사랑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도 그는 사랑이야기에 포함 시켜놓았는데 과연 그러한 관점까지도 포용해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집착과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살해 하기도 하고, 다른 여자에게 눈이 멀어 바람을 피기도 하고, 처음만난 사람과도 쉽게 몸을 주고 받는 그러한 관계까지에도 사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되는 것일까. 내가 보수적인걸까, 아니면 그가 개방적인 걸까.
이 세상에 100쌍의 커플이 있따면 그에 따른 100가지의 다른 사랑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그렇듯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맞추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다. 사랑의 초기 단계에서 자기의 사랑은 특별하고 고귀하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시작된 사랑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게 적응이 되면서 사랑의 감정보다는 정에 못이겨 서로에게 의지하는 경우를 보곤 한다. 정도 사랑일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많던 사랑이야기가 모두 사랑에 해당한다면 정도 사랑의 일부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그보다 더 한 것들도 사랑인데 정이라고 사랑이 안 될 소냐. 아니 어쩌면 정이 사랑의 상위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꼭 사랑이라고 해서 항상 열정적이고 불타올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모든 걸 감싸줄 수 있고 포용할 수 있는 정이 사랑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그래 사랑이야기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우리에게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