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늘 나를 비껴가곤 했다. 나는 그저 그 흔적을, 남겨진 허물만을 찾아낼 뿐이었다. 간신히 위치를 파악했나 싶으면 생은 벌써 저만치 멀리 달아나 있었다. 내가 발견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누군가가 다녀간 뒤, 공원의 나무줄기에 새겨 놓은 "나 여기 왔었다."라는 글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