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이야기에는 완벽한 통제가 도저히 불가능한, 고유의 타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나 같은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감이 없고 우유부단하며 쉽게 현혹당하는 사람들.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
밤이 되면 호스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며 ‘여행자의 세 가지 질문‘을 서로 던진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 어느 곳에서 오는 길인가? 어디로 갈 예정인가? 첫째 질문은 수직축을, 나머지 두 개의 질문은 수평축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배열 덕분에 배낭족들은 머릿속에 좌표계와 유사한 뭔가를 그릴 수 있게 되며, 그 지도 위의 한 지점에다 서로를 배치한 뒤, 비로소 안심하고 잠자리에 든다.
인생은 늘 나를 비껴가곤 했다. 나는 그저 그 흔적을, 남겨진 허물만을 찾아낼 뿐이었다. 간신히 위치를 파악했나 싶으면 생은 벌써 저만치 멀리 달아나 있었다. 내가 발견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누군가가 다녀간 뒤, 공원의 나무줄기에 새겨 놓은 "나 여기 왔었다."라는 글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