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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 - 불의의 사고 후 유튜버 CJPARK이 한 발로 굴리는 유쾌한 인생
박찬종 지음 / 현대지성 / 2024년 3월
평점 :
몇 년 전, 고질병이던 허리디스크가 터지면서 다리를 절게 된 적이 있다. 응급 입원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도 꿋꿋하게 잘 버텨내던 내 멘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 데에도 허리 근육이 필요하고, 살짝 돌리는 것조차 힘들어 뒤처리를 못하게 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좌절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은 느낌마저 들었고 이 고통이 영원히 낫지 않을 것만 같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나는 어린애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혼자만 남은 듯한 느낌과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우울감에 몇 시간을 내리 울고 나서야 마음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겨낼 수 있다. 이겨내자. 굳게 마음먹고 치료받고 재활하면서 몇 년을 버텼다. 꾸준한 버티기 끝에 허리디스크도 자연히 흡수되고 다리를 저는 증상도 사라졌지만 사실 여전히 오른쪽 다리 일부는 감각이 무딘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아마도 예전과 같지는 않을 거라는 주치의의 설명이 있어 기대는 않고 있다).
그전에도 한번 생명을 넘나드는 고비를 넘긴 터라 나도 의지가 참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정말이지 ‘쨉도 안 되는’ 강철 멘탈인 분이 있었다. 유튜버 CJPARK으로 알려진,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트럭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장애를 갖게 된 박찬종 님이다. 이번에 《내 다리는 한계가 없다》라는 책을 내셔서 이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게 되었는데, 이분 멘트가 간지 그 자체다. “내가 의족이 없지, 의지가 없냐?” 멋있으면 다 오빠라던가? 한참 동생인데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이 든든함이라니. 게다가 “앞으로 남은 평생은 다리 하나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몸을 건사하려면 나머지 세 개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란다. 정말 미쳤다고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멋짐이다. 대부분 내게 없거나 부족한 것, 힘든 것을 떠올리면서 좌절하게 마련인데 ‘남아있는 것을 더 튼튼하게’ 라고 생각하는 멘탈이라니. 정말 배우고 싶은 마인드가 아닐 수 없었다.
장애인이 된 후 자전거 선수가 된 이유와 과정도 감동적이었다. 의족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절단 장애인과 글을 지켜보는 가족들에게 절단 장애인도 이렇게 잘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세상에 나를 알리기 위해 올림픽에 나가기로 결심했다고. 나라면 나 하나 살기에도 너무 힘들고 고되다 느꼈을 것 같은데 이다지도 이타적이고 멋진 이유라니. 인생의 큰 고비에서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내는 의지에 나도 모르게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무리 슬픈 걸 봐도 좀처럼 울지 않는 나인데, 이 책을 읽으며 울컥하는 순간이 참 많았다. 그만큼 저자가 삶에 진심이고 매우 뜨거운 열정을 지녔다는 증거이리라.
나는 저자의 강인한 의지도 대단했지만, 그가 장애를 갖게 되었음에도 주저없이 평생을 함께하기로 하고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준 ‘영지 씨’도 참 큰 사람이라 느꼈다. 영지 씨처럼 좋은 사람을 곁에 둔 것도 저자의 큰 복인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 첫번째 걸음마는 어머니가 봐주셨지만 두 번째 걸음마는 영지 씨가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그들이 함께 걷는 인생에 늘 달콤한 일만 있지는 않겠지만, 이미 쓴 럼주가 든 초콜릿을 많이 집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앞으로는 달달한 초콜릿을 더 많이 집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지 씨와 함께 오래 오래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