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은 늘 옳았다》는 3천여 명을 인터뷰한 40만 유튜버 잼뱅의 에세이다.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내 남편이 쓸 법한 책의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10년간 많이 들어와서 뭔가 대단한 감동은 받지 못했는데, 책을 다 읽고 보니 '잘했어', '네가 옳아'라고 온전히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게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을 거란 걸 깨달았다. 반면 나는 그렇지 못한 아내라 마음이 몹시 쪼그라들었다. 나는 참 상황판단이 빠르고 선택도 잘 하고 추진력도 좋고 감도 좋고 그런 사람인데, 위로나 인정의 말을 건네는 건 '드럽게도' 못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남편에게 '당신 선택이 옳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남편이 이런 부분에 결핍이 있지는 않았을까? 내심 미안해진다.저자는 말했다. 내게 명쾌한 답이 있는 것만 같아도 착각해선 안 된다고. 나는 이 사람의 사연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지 않았지만, 이 사람은 이것에 대해 인생을 걸고 고민했을 거라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내가 네가 될 수 없듯이 네 고민을 내가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 참 알면서도 하기가 어렵다. 이미 내가 걸어온 가시밭길을 똑같이 걸어들어가려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까 싶기도 하고. 관계라는 게, 사람이라는 게 참 알면 알수록 어렵다. 3천여 명을 인터뷰한 사람도 어렵다는데 나는 뭐 더한 게 정상이겠지만.읽고 난 뒤의 솔직한 느낌은 이 책이 40대를 앞두고 있는 나보다는 20~30대 초반까지 읽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부분적으로 괜찮은 챕터도 분명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제목과 내용이 좀 언밸런스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제목을 봤을 땐 힐링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열어 보니 인터뷰이에 대한 내용과 소회,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이 뒤섞여 있었다. 힐링이라 하기엔 가벼웠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기엔 얕았다. 한쪽을 아예 깊게 파고들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사실 잼뱅TV 자체를 몰랐기에 검색해서 몇 개의 영상을 봤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 저자가 관계와 화술을 주제로 책을 썼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로부터 하기 힘든 이야기를 끌어내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인터뷰이들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 한다는 건 분명히 저자에게 무언가가 있다는 거니까. 저자는 스스로를 일컬어 '그저 들어주는 것을 잘할 뿐'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저 들어준다고 해서 인터뷰가 매끈하게 이루어지진 않을 터. 핵심을 짚는 질문 방법이나 사람의 속을 터놓게 하는 애티튜드에 대한 책을 썼다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속편을 쓰신다면 꼭 관계와 화술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