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초콜릿 가게
김예은 지음 / 서랍의날씨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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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은 브랑제리, 제과는 파티세리, 파티쉐라고도 하구요, 초콜릿은 쇼콜라띠에, 잼하고 사탕류는 콩피즈리, 아이스크림은 글라스리...그 중에서 전 제과분야인 파티쉐구요. 언젠가는 제 샵을 내는 게 꿈이에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했던 대사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2006년 당시에는 파티쉐라는 말도 흔하지 않았고 브랑제리, 파티세리, 쇼콜라띠에는 난생 처음 듣는 직업군이었다. 드라마가 방영된지 17년, 지금은 쇼콜라띠에라는 직업도 초콜릿 전문점도 꽤 많아졌다. 보기만 해도 눈이 호강하는 고급스러운 초콜릿, 저마다 다른 맛과 특색을 가진 달콤함과 함께 연애상담까지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수상한 초콜릿 가게》는 그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소설이다.

'사랑 데 초콜릿'이라는 이름의 초콜릿 가게에 오는 손님들은 초콜릿을 사러 오는 것만은 아니다. 쇼콜라띠에인 주호(중성적인 이름이지만, 여자다)에게 상담을 받으며 고백할 용기, 혹은 포기할 용기를 얻어간다. 금사빠라 몇 달에 한 번씩은 짝사랑의 대상이 바뀌는 사람도,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중인 사람도, 전 사랑의 상처때문에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사람도, 애인이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람도, 긴 짝사랑에 지쳐 있는 사람도...사랑 드 초콜릿의 문을 열고 들어와 고민을 터놓는다. 주호는 그들에게 저마다 다른 초콜릿을 처방해준다. 파베 초콜릿부터 위스키 봉봉, 아망드쇼콜라, 트러플 초콜릿 등등. 그들은 달콤함과 함께 사랑을 지속하거나 혹은 포기할 용기를 가진 채 한층 후련해진 마음으로 가게를 떠난다.

그러던 중 주호의 오랜 짝사랑 대상이었던 선배 민웅이 상담을 받으러 찾아오게 되고, 주호는 자신도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몇 번의 만남 끝에 민웅에게 고백하게 되는 주호. 둘의 마음은 과연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통할 수 있을까?

시작은 달콤하고 기발했던 《수상한 초콜릿 가게》였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 하소연하고, 사라지고의 반복이라 인물을 위한 장면 세팅이 아닌 장면을 위한 인물의 등장같다는 느낌이 든다. 또, 인물의 나이대가 천차만별인 데 반해 말투가 일괄되고 똑같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다보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소녀 명랑 소설 같은 느낌이 짙다. 작가가 앞으로도 소설을 쓸 생각이 있다면 인물을 어떻게 하면 입체적 & 매력적으로 그릴지, 인물과 인물 사이의 갈등이나 사건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축할지, 식상함과 기시감을 묘사로 깨버릴지 아니면 기발한 사건으로 묘사에의 단점을 상쇄할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썼으면 좋겠다. 소설은 그런 고민이 필요한 장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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