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빛나서, 미소가 예뻐서, 그게 너라서
김예채 지음, 최종민 그림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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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수줍게 인사를 나눴던 밤의 골목길에서였을까, 마주 앉아 맥주잔을 부딪치던 호프집에서였을까, 집 앞까지 데려다주며 살며시 손을 잡았던 때였을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서로에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져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밤을 새워 통화하다 휴대폰을 귀에 얹은 채로 잠이 들기도 하고, 톡이 오길 기다리며 어딜 가든 손에는 꼭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시절. 우리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한 단어, '사랑'만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긴 내 결핍을 채워주는 사람이야.”
꽃다발을 내밀며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웃는 얼굴이 콤플렉스였던 내게 웃는 게 너무 예쁘다고, 눈이 반짝반짝한 게 너무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던 그와 결혼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여전히 우리는 투닥거리지만 사랑하며 살아간다. 흔히들 말하는 부부는 의리로 살아간다든지, 가족끼리 스킨십 하는 거 아니라든지 하는 말을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은 아닐지라도, 가슴 떨리고 설레는 기간은 지났을지라도 우리는 분명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눈이 빛나서, 미소가 예뻐서, 그게 너라서》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옛 생각에 빠져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사랑의 시작과 절정, 그리고 이별과 추억까지 한 권에 담겨 있다. 밤마다 그 사람이 마음에 툭 걸리고, 맛있는 걸 먹거나 좋은 걸 보면 어김없이 그 사람 생각이 나고, 생각만 해도 목울대가 울렁거리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사랑하고 사랑받음에 이러다 행복해 죽겠네 싶은 그런 기분. 이 책은 사랑할때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을 통해 우리를 '가장 열렬히 사랑하던 그때'로 되돌려 놓는다.

마치 옛날 싸이월드 감성을 느끼게 하는 글과 그림이 참 정겹게 느껴졌다. 추억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이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싸이갬성 is back! 인 건가? 하긴. 우리가 연애하고 결혼했던 때가 2013년, 싸이월드와 카카오스토리의 말년 즈음이었으니 우리의 사랑도 어떻게 보면 싸이감성의 일환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땐 지금 보면 오글거린다고 하는 표현도 '퍼가요~♡'의 대상이 되던 때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오글거린다, 중2병이다라는 놀림이 사랑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저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 속 글귀처럼 나는 사랑할 때만큼은 나이 먹지 않고 오래오래 철없고 싶다. 오글거리는 표현도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다. 그래야 사랑이 오래도록 녹슬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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