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경제사 수업 - ‘보이지 않는 손’에서 ‘후생경제학’까지 13가지 대표 이론으로 배우는
조너선 콘린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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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우리 학교 문과 선택과목은 정치, 경제였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나는 고민 없이 정치를 선택했다. 정치는 그나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라도 했지만 경제는 아예 처음 듣는 용어도 많았기 때문에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경제활동이 없는 학생에겐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학생을 거쳐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딱히 관심을 둘 일이 없었다. 회사에 다닌다는 행위 자체가 경제활동이지만, 한국말 한다고 국문학에 대해 빠삭한 사람 별로 없듯 경제활동 한다고 해서 경제학을 다 아는 건 아니더라(일단 나만 봐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경제란 여전히 내게 멀고도 먼 이야기였는데, 《나의 첫 경제사 수업》이라는 책 출간 소식을 듣고 제목을 딱 보자마자 '오, 이거면 까막눈은 피하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많이들 아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든지 '마르크스 이론'이라든지, 그 정도만 알고 있는 생초보라 이번 기회에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인의 위대한 경제사상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들은 가장 위대한 경제사상가는 아니지만 위대한 경제적 사고를 대표하는 이들이라고 한다. 선정 기준은 오늘날의 경제적 사고의 지적인 구성에 얼마만큼 기여를 했는지였고 이를 토대로 선정된 13인은 애덤 스미스/데이비드 리카도/존 스튜어트 밀/카를 마르크스/앨프리드 마셜/조지프 슘페터/존 메이너드 케인스/프리드리히 하이에크/밀턴 프리드먼/존 포브스 내쉬 2세/대니얼 카너먼/아마르티야 센/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이다.

책의 콘셉트나 대상의 선정 기준은 좋았다고 생각한다(비록 나는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외에는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다만 이 책의 타겟층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나같은 왕초보는 절대 아닐 거라고 답하고 싶다. 제목의 '첫'이라는 표현 때문에 나처럼 경제의 경 자도 모르는 사람도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적어도 경제에 대한 기본 개념은 잡혀 있는 상태여야 이 책을 좀 수월하게 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조너선 콘린이 독저자인 줄 알았더니 그를 필두로 여러 명이 집필한 책이었다. 여러 명의 저자를 다루는 만큼 여러 명이 나눠 쓸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쭉 저술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부분은 분명 있었다. 관세청장이었던 애덤 스미스가 관세청장의 일을 하는 걸 싫어했다는 이야기. 특히 그는 자유무역을 제한하는 행위를 지극히 싫어한 나머지 자신의 옷가지 중에서 수입된 제품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성격이 보통은 아닌 양반인 게 확실하다. 하긴, 보통내기가 아니니까 경제학의 기틀을 세우기까지 했겠지만.

존 스튜어트 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의 기업에 비해 노동자가 직접 관리하는 기업이 더 효율적일 거라 믿었고,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에 매료되어 협동조합 방식의 생산을 옹호했다고 한다. 노동자 계급의 교육수준, 지적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형태의 협동조합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예측한 것이다(그 시대에!). 그 당시 경제분야에서는 굉장한 혁명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봐도 놀랍다.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한 거나 진배없으니.

'경제'라는 용어는 있었지만 '경제학' 혹은 '경제학자'라는 말은 없었던 시절, 경제학의 기반을 만들어 세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단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졌다. 배우려고 책을 읽는데, 책을 읽기 위해 또 배워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히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다. 지금은 어려워서 찾아보면서 읽고, 검색하면서 읽고 하느라 속도가 느렸지만 다음에 읽어볼 땐 지금보다는 더 읽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잠깐 이런 생각도 했다. '선택과목을 경제로 했으면 지금보다 읽기 쉬웠을까?' 뭐, 암기식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지만. 근 20년 만에 그런 생각을 해볼 정도로 간절히 수월하게 술술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좀 더 곱씹고 다져서 조만간 꼭 다시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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