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P Vol. 1 :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 영감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 CUP Vol. 1 :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
길스토리 출판사업부 지음 / 길스토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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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있어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에게는 영화가, 어떤 이에게는 책이, 어떤 이에게는 자연이 영감을 주기도 할 것이다. 또 다른 무언가가 영감이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내가 상업적인 글쓰기를 하던 시절에도 그랬고 오롯이 내 글을 만지고 싶어하는 지금도 늘 글의 물꼬를 틀 수 있게 해주는 건 작은 영감이기에, 나는 영감이 예술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을까? 너무 궁금했다. 배우 김남길과 크리에이터 9인의 인터뷰를 담은 책, 《개인의 취향은 어떻게 영감이 되는가》를 읽어보고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터뷰집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아홉 사람의 인생, 그 큰 부분이 담겨 있다 보니 곱씹으며 읽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에는 등단한 시인이자 가수인 강백수, 유튜브 오느른 채널을 운영하는 MBC 최별 프로듀서,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 대표이자 배우인 김남길을 비롯한 9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오느른 채널 운영자 겸 MBC 프로듀서인 최별 님의 인터뷰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함께한 오느른의 영상이 화제였던 걸 기억한다. 남편도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여서, 새벽녘 어스름을 뚫고 울려 퍼지는 피아노 연주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전북 김제의 청보리밭 위에 피아노를 놓고 유키 구라모토를 데려다 연주하게 할 생각을 어느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최 프로듀서의 집에 대한 관심은 가족의 리즈 시절에 살았던 집과 닮은 폐가를 구입하게 했고, 그 집을 아늑하게 꾸미게 했으며, '오느른'이라는 채널을 가능하게 했다. 매일 무계획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는 의지가 유키 구라모토 시골길 라이브 콘서트를 가능하게 한 동력이 아니었을지.

시인이자 가수인 강백수 씨는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꿀 수 있는 꿈의 범위가 한정된다는 인상을 받고, 흙수저와 금수저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쓰기도 했다고. 가사에서 아예 '커다란 꿈을 갖지 말고 살라'고 이야기했다는 대목에선 어쩐지 입맛이 썼다. 취업도 힘들고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요즘 세대가 들으면 뼈 아플 가사가 아닐 수 없다. 예술가의 영감이란 이렇듯 무심하게 다가와 폐부를 찌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엘 트라바이의 대표인 플로리스트 박소희 씨는 한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는 유연하게 가는 걸 선호한다고 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영감이 뭐였냐 묻는 것도 폭력적이었다는 말이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한 것뿐이고, 의미를 떠나서 그저 작품이 멋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그녀의 말은 정말이지 멋있었다. 작가는 역시 작품으로 말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배우 겸 길스토리 대표인 김남길 씨의 인터뷰가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배우로서의 모습만 알고 있던 내게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집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이 있어야 일도 하고 꿈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아트 빌리지' 캠페인이라고 한다. 도시와 연계해 지방의 빈 집을 활용, 예술가들이 계속 좋은 활동을 할 수 있게 주거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현재 통영의 달아마을에 예술가를 위한 아트빌리지가 조성 중이라고. 예술은 가난하다는 말처럼 현실적인 제약으로 꿈을 포기하는 예술인들이 많은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주거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감'으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을까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다. 다만 억지로 무언가 하려는 마음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할 때의 쾌감, 특별한 행동으로 영감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일상 속의 관찰을 통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해나가라는 것만은 일맥상통했다. "제가 가진 영감을 통해 계속 쓰고자 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과 더 잘하고 싶은 일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는 인터뷰이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일과 더 잘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작은 영감도 소홀히하지 않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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