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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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보호해 주려다 얼떨결에 시작한 조건부 연애, 그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실한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 가미야 도루와 히노 마오리의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던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스핀오프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가 출간되었다. 스핀오프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이들의 마음 아픈 사랑이 떠올라 다시금 가슴이 아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 이치조 마사키는 전작을 통해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는다 해도 사랑했던 감정만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었는데, 이 책에서는 여주인공 히노 마오리의 친구 '와타야 이즈미'를 주인공으로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와타야 이즈미의 마음 아픈 짝사랑 이야기도 함께.

예상했겠지만 이즈미의 짝사랑 상대는 절친 히노 마오리의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였다. 사실 전작에서는 전혀 눈치챌 수 없었던 애정전선이라 읽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매일 기억이 리셋되어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히노, 그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이 도루와 이즈미인데...이걸 뻔히 알면서 그런 히노의 남자친구를 몰래 좋아하다니! 히노가 상처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던, 내가 아는 그 이즈미가 맞나 싶어서 몇 번이나 책장을 열었다 덮어야 했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지킬 수 있어?"
이즈미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대학 후배 나루세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루가 처음 고백했을 때 히노가 했던 말이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즐겁게 만나는 것 자체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고 몇 번을 만났지만 금세 그만둬버렸다. 어쩐지 도루를 닮아 있는 나루세가 이즈미는 두려웠을 것이다. 다정한 사람은 싫다고 밀어냈지만 사실은 그 다정함이 너무나도 그리웠고, 그럼에도 도루의 빈자리를 도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채워낼까봐 겁이 났을 테니까. 나루세를 밀어내고 여전히 도루에 대한 그리움과 히노에 대한 미안함에 괴로워하는 이즈미, 그런 이즈미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고 자꾸만 마음이 가는 나루세, 기억을 되찾고 잃어버린 기억 너머 지워져있던 도루의 존재를 깨닫게 된 히노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이야기의 흐름은 또 다른 방향을 타고 흘러간다.

'다정한 사람은 싫다. 다정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잖아. 그런 사람은 일찍 죽으니까.' 매일의 히노를 필사적으로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던 도루는 이제 없고, 도루의 모습을 떠올리면 늘 앞모습이 아닌 옆모습을 떠올려야 하는 이즈미는 드러내고 슬퍼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즈미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되찾을까 궁금했는데, 세상에 없어도 마음은 손상되거나 변하는 게 아니라는 기존 소설에서의 스탠스와 같았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과 '눈물'은 사라진다 해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실, 그걸 뒤늦게나마 깨달은 이즈미의 삶과 사랑이 앞으로는 조금 더 편안해지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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