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아이가 뽀득거리는 눈 덩어리에서 아이와 소통하는 눈아이로 완성된 장소는 나무 아래입니다. 겨울 끝자락의 햇살 아래 녹아 더러워지고 작아진 눈아이와, 사람 아이가 돌아온 장소 또한 그 나무 아래였습니다. 숨바꼭질 술래가 되어 사람 아이가 숫자를 다 세고 뒤돌았을 때, 눈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었지요. 그림책은 빠르게 계절의 전환을 보여줍니다. 사람 아이는 여전히 숨바꼭질 술래 처지입니다. 봄여름 가을에도 종종 허공을 향해 "못 찾겠다!"라며 외쳐 봅니다. 아이가 게임을 끝내지 않았기에, 1년 후 다시금 눈이 내렸을 때까지 두 아이의 인연은 이어집니다. 눈이 내리니, 누군가는 눈사람을 만들기 마련. 처음 뽀득거리는 눈사람 모양 눈덩이를 발견했던 등굣길의 언덕 위 그 자리에서 사람 아이는 누군가가 빚어놓은 눈아이와 1년 만에 재회합니다.
숨바꼭질 술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아이가 "찾았다!"라고 반가이 외치는 순간, 뽀득거리는 눈덩이는 환히 웃는 눈아이가 되어 또다시 눈을 떴지요. 두 아이의 놀이의 계절이 다시금 시작되었네요. 매년 앞으로 계속될 것만 같습니다. 발견과 재회의 장소는 언덕, 잠시 이별을 위한 핑계 숨바꼭질의 시작 장소는 나무 아래. 사람 아이가 게임을 놓지 않는 한은 눈아이는 언제까지나 추위가 찾아올 무렵에는 깨어날 수 있겠지요. 마지막 장의 화면 가득한 눈밭과 꽃처럼 점점이 피어난 두 아이의 발자국이 남은 이야기들이 많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사람 아이가 원했기에 눈아이는 표정과 말을 얻었고, 눈아이가 따뜻했기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다감함을 품게 되었고, 눈아이가 술래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 같아요. 염원이 순간을 만들고, 기다림이 연을 잇게 하는 기적 같은 이야기. 저 역시 사람 아이와 같은 순수한 기다림으로 마법 같은 친구 하나 깃들 자리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기다림의 힘이 존중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