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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평점 :
처음 제목을 보고는 살짝 실망? ^^;;
왠지 그냥 그런 에세이집 같아서 말이다 ㅋㅋㅋ
그런데 작가들 이름이 써 있는 것을 보고 단편집인 것을 알았다.
갑자기 기대치 상승~ ^^;;
할머니를 소재로 하는 단편집.
한 번 쯤을 들어봤을 법한 작가들의 이름에 더욱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것도 솔직한 마음 ^^
중년을 넘긴 나이에 나이듦에 대한 여러가지 고민과 생각이 많은 때에
남 일 같지 않은 소설을 접하게 되니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결국 나도 할머니가 될 것이고, 그 때에 충분히 겪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 한 편, 한 편에
그냥 가벼이, 호로록 읽게 되지 않았다.
<어제 꾼 꿈>
재혼한 남편과 사별 후 십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제사를 그만둔 첫 해.
남편은 늘상 나타나던 할머니의 꿈에는 나타나지 않고 자식들을 찾아온다.
이제는 늙어 제 몸 간수하는 것도 귀찮다는 이유로 남편의 제사도 지내지 않고
온전한 이별을 하면서
그래도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진짜 손주의 할머니가 되고픈 그녀.
<흑설탕 캔디>
두 남매는 사고 때문에 잃게 된 엄마의 부재로 할머니가 엄마 역할을 해주신다.
그 시절 대학교를 다녔던 할머니는 소위 신여성 소리를 듣는 분이나
주변인들은 또 할머니의 그런 당당한 모습을 잘난척으로, 거만함으로 손가락질 하며 욕을 하기도 했다.
그런 할머니가 손주들을 위해 독일 주재원으로 떠나는 자식들의 가족과 함께
독일로 향하는데.....
조금씩 적응해가는 아이들과 달리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할머니에게
의지가 되었던 브뤼니에씨. 마음과 열정은 그대로인데 따라주지 않는 육신에 좌절하고 당혹스러웠을 할머니.
그저 남은건 피아노를 치며 함께 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들과 함게 했던 각설탕의 달콤함.
<선베드>
치매할머니, 암 말기 친구.
이 둘의 아픔을 가장 잘 알면서도 또 이들을 힘들게 하는
감정 조절이 안되는 그녀.
오랜만에 문병간 할머니의 요양원에서 나보다 더 가족같은 그 둘의 모습에
오늘도 역시 그녀는 감정주체를 못하고 미친년 널뛰기를....
선을 넘지마, 선을....항상 당부하던 할머니의 말도 잊은 채...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선을 넘을 것이고
끊임없는 기대와 불안 속에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그녀를 떠난 후에도.
<위대한 유산>
아버지를떠나보내고 들어가 살게 된 할머니의 집.
언제나 냉랭하던 할머니, 그리고 얼마 후 자식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린 엄마.
할머니의 일이라면 끔찍했던 아줌마.
이들의 동거는 썩 행복하지 않았고, 불편했으며
부조화스러웠다.
그렇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유산덕에 드러나는 주변인들의 민낯.
과연 할머니가 남긴 유산은 무엇이었던걸까?
<11월행>
엄마와 나와 딸의 템플 스테이.
내가 여길 또 언제 와보겠니.
"엄마 둘, 딸 둘"이 함께 한 1박2일간의 시간들.
항암, 항산화를 달고 사는 엄마, 11월11일 빼빼로 데이가 중요한 딸.
그 사이에 있는 엄마.
내가 살아온 과정이 그리고 앞으로 살아야 할 과정이 이 세사람 모두에게서
보여지는 것 같은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아리아드네 정원>
지금보다 조금 더 먼 미래, 21세기 말.
노인인구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덕분에
노후를 유닛이라는 등급으로 나뉘어 국가의 보호 속에서 보내게 되는 현대 사회.
민아의 등급은 계속 떨어져 현재는 D유닛. 더 이상의 나락도 없는 듯한 이곳이지만
그래도 F의 나락으로까지 떨어지고 싶지는 않다.
1인가구라는 이유로 MO(안락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더더욱.
그런 민아에게 찾아와주는 젊은이 둘, 유리와 아인.
젊은이라는 무기를 가진 이 아이들을 만나며 희망을 가졌던 민아에게
어느날 이 두 젊은이는 상당히 격앙된 목속리로 유닛의 페지를 거론하는데....
젊음만으로도 희망이고, 뭐든 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 생각하는 민아와
젊다고 모든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 못하는 두 젊은이.
기성세대가 책임감 없이 저질러 놓은 일을 젊은 세대들에게 해결하라고 떠밀면서
혜택은 제일 많이 받아가려 한다며 이제는 돌려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들.
나 역시 기성세대에 속하기 때문엔지 읽으면서도 순간 분노가 치솟았지만
이게 바로 지금의 젊은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떠나지를 않았다.
가상의 현실이고, 상상속의 현대사회였지만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을 상황이라는 생각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나이듦이라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들을 갖고 있는 나에게
중년의 엄마로서, 노년의 할머니로서의 다양한 삶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엄마 둘, 딸 둘'이라는 말과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딸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있을까?'라는 문장을
내내 떠올리게 하는 소설, <나의 할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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