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솔길에서 나도 쇼팽을 기다린다.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ㅣ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시인 ‘박시하’는 쇼팽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애틋해하며 그와의 이별의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 또한 너무너무 사랑한다.

이런 시인이 이 책을 쓴 것은 아마도 자신처럼 우리들도 쇼팽을 기다리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한다.

쇼팽의 음악에는 만남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이별이 있다.

쇼팽의 음악에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며, 사랑과 증오가 뒤섞여 있고

애국심이 있으며 가족애가 있다.

그의 불행한 삶의 여정은 그의 음악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었고

모든 음악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쇼팽의 음악 안에는 여러 가지 감성들이 공존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항상 쇼팽의 피아노곡을 들을 때마다 쓸쓸하고 애잔한 분위기의 바탕 위에 피아노 건반 특유의 청명함과 경쾌한 느낌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건반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눌렀을 때의 그 느낌이 유난히 떠오르게 하는 쇼팽의 여러 가지 피아노 곡들을 생각나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시인 특유의 감성들로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쇼팽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 많은 표현들을 읽어내려 갈 때마다 사람을 향한, 음악을 향한 애정을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들로 쏟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구나 연신 감탄을 이어갔다.

쇼팽의 일생과 그 일생 동안의 음악을 만남과 사랑과 이별에 견주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며 그게 맞는 쇼팽의 곡들을 알려준다.

시인이 말해주는 그 음악을 들으며 읽어 내려가면 정말 음악과, 쇼팽의 인생과, 시인의 이야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나까지도 쇼팽에 빠져들게 만든다.

음악을 만드는 쇼팽과 시를 쓰는 시인이 겪었던 창작의 고통을, 창작의 번뇌를, 창작의 행복을

나도 고스란히 짐작해 볼 수 있었고 그러한 동일시를 통해 시인이 쇼팽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시인은 마지막에 쇼팽과 대화를 나눈다.

이미 아주 오래 전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곳으로 간 그이지만 그가 남긴 음악 속에 지금까지도 살아 숨쉬고 있는 쇼팽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마지막의 그 대화가 나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에서 쇼팽을 온전히 이해하는 듯 그의 대변인인양 사람들에게 “쇼팽은 이런 사람이었다”

우리에게 연설을 해 놓고는 다시 쇼팽에게 질문을 던진다.

쇼팽, 당신은 외로웠냐고

당신과 나는 왜 기쁨이 아닌 슬픔의 쾌락에 물들어 있는지를

왜 살아있음을 노래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꿈을 꾸고 있냐고…

이 외에도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에 스스로 자신이 답을 해가면서 편지형식의 대화는

이어져간다.

시인의 맹목적에 가까운 쇼팽에 대한 사랑에 대해 과연 이런 것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시를 짓는 사람만의 교감 인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도 되었다.

예술가들만이 느끼는 그 교감을 범인인 나로서는 사실 지금까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에 담겨 있는 세상사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들을 시인의 감성으로 글로 풀어내는 그 과정들이 잔잔하게 때로는 애달프게 다가와 그 여운이 참 오래 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거친 질감의 조금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여 그 까실까실한 촉감이 손끝에 닿는 느낌이 참 좋았고

흑백 사진 같기도 하고 수묵화 같기도 한 그림 역시 인상적이었다.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표현하기 위한 것 같기도 하고, 쇼팽의 음악과 시인의 글처럼 그 안에서 오묘하게 느껴지는 상반되는 두 감정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여 글의 내용과 그림의 합이 참 잘

맞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종종 즐겨 듣는 입장에서

특히나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동안 쇼팽의 음악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들어가며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 또한 상당했고 그 시간시간들이 참 행복했다.

<서평>#혐오_주의

#혐오_주의 ㅣ 알마 해시태그 1
박권일 외 지음 / 알마 / 2016년 12월

우선…..초반에는 조금은 낯선 어휘들로 읽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살짝 화도 나려고 했다 ^^;;

그런데 뒤로 갈수록 집중하게 되고 내가 몰랐던 사회 현상이 이렇게 많구나 반성도 하며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나름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 조금은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내가 모르는 사실들도 너무 많았고 온라인 상에서, 오프라인 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여러 가지 단어들도 많이 모르고 있었다.

사실은 무관심했던 거였나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혐오”가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라는 말에는 나도 공감이 된다.

오래 전부터 혐오 현상은 나타났으나 다만 “혐오”라는 용어로 정의 내려진 것이 최근이 아닐까 한다.

문제는 이 혐오 현상이 너무 집단화 되고 어쩌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요즘을 살며 더욱 들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과 다른 생활방식이나, 다른 사고를 가지고 산다는 이유로 혐오의 표현들이 너무 난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개, 극혐, 헬조선, 김치녀, 김치남, 된장녀, 메갈리아, 한남충 등 혐오를 통해 표현되는 언어들이 너무 많아지고 또 단편적인 상황들만을 보고 그렇게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보여지는 불행한 모습들이 아닌가 싶어서 씁쓸하기까지 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혐오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여성인 나 역시도 그게 여성혐오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상황들이 많이 나열이 되었고

물론 또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으로만 상황을 바라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근거가 타당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남성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기 때문에 여성혐오가 생각보다 깊숙이, 그리고 많이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보여 질 수는 있으나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남자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별로 없었던 사람의 입장으로만 봐도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깊숙이 뿌리 박힌 여성혐오의 문제는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그려려니 하고 말 문제가 아닌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메갈리아라는 반응들을 보이며 미러링 기법을 통해 본인들이 같은 입장에 처해졌을 때 그렇게 불편해하고 기분 나빠하며 심지어 여성일베로 단정지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표적인 예들을 위근우씨가 대중문화의 사례를 많이 들어주어 훨씬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맥심코리아 잡지, 소라넷, 연합뉴스 기사, sbs스페셜, 웹툰, 중식이 밴드 사태 등 사례들이 차고 넘쳤다.)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 등 여성혐오에 대한 수식어는 상당히 많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있어 남성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여성들도 주변 동성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지만 된장남, 한남충 등의 표현을 남자들에게 적용 했을 때의 반응 들은 어떠한가?

결국 이 모든 것이 남성 중심 사회 구조 속에 만연한 여성혐오라 할 수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말 하는 혐오주의는 여성혐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혐오에 대한 내용도 있고 여성혐오를 이야기 하며 집단간의 문제를 다루기도 하였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웠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 혐오표현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자료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무심코 내뱉은 말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내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내 맘대로 표현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선 이야기 한다.

익명표현이든 실명표현이든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임에는 틀림이 없다. 표현에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강조되어야 하고 이 권리가 제한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이다.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했음에도 그러한 제한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면 위법한 행위로 법적 제제를 받게 된다. 혐오표현의 경우에도 그것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사람의 인격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면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은 집단 뿐 아니라 그 집단에 속해 있는 개개인의 인격과 존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악이 될 수 도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러한 의미로 한국에서도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을 규제 해야 할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과 그 규제와 방법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웠다. 하지만 이 혐오표현 규제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은 이 혐오주의 표현이 너무 난무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에 대한 의식이 많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규제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솔직히 어렵다. 사용한 어휘도 너무 어렵고 사회현상 자체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면 더더욱 어렵게 읽혀 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과정은 많이 힘들

었어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파악해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

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서평>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모차르트의 유명한 세레나데.

검색 후 들어보니 이미 알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 수 있는 유명한 곡이었다.

이런 곡이 책의 제목이라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보리색 바탕에 음표와 여러 가지 기호들이 선율처럼 움직이는 표지를 마주하며 마음이 설레이는건 아마도 이 책이 연애소설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기도 하고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의 명성을 익히 들어 그만큼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연애소설로는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떨까?

첫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계된 인물들이 그 다음 소설의 등장인물로 등장을 하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이전 단편에서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조연급 등장인물로 등장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흥미진진하다.

6개의 단편들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이에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아직 머릿속에서 상당히 헷갈리고 있음…ㅠㅠ)

그런데…..

너무 상큼하다. 너무 설레인다. 나도 모르게 계속 미소를 머금고 책을 보고 있게 된다.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이 등장인물이 아까 그 소설에서의 누구였더라” 퍼즐 맞추듯 인물들을 찾아내면서, 그들의 우연이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인연, 그 사이에서 알아가는 서로의 진심 그리고

사랑. 이런 것들이 내 마음에도 전해지며 잔잔한 감동과 따뜻함이 온 마음에 퍼져 하루 종일 그 여운을 느끼게 된다.

이사카 고타로가 만들어낸 인연들은 참으로 그 발상이 기가 막히다.

설문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만난 인연, 자동차 면허증 갱신하러 갔다가 5년에 한번씩 만나면서 부부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해주는 인연, 자식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끈으로 옛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진짜 현실 같은 만남 등 다양한 만남의 장을 보여주는 작가의 발상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요즘 주변에서 성숙한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어서 그런지

나 역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거기에 이사카 고타로의 연애소설을 읽고 나니 작가가 말하고픈 사랑과 사람의 인연은 과연 무엇인지 요즘의 나의 고민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살아가면서 우연히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만남들 속에 내 사랑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나와의 평생 인연이 있을 수 도 있으며, 모든 만남은 분명 이유가 있다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평범한 진리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그런 인연과 만남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리라......

<서평>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책 제목만 봤을 때는 크리스마스 즈음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펼쳐지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표지를 본 순간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함께 왠지 판타지적 느낌도 마구 들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스터리한 분위기 보다 오히려 판타지적 느낌이 더 많이 들어서 커버 완전 맘에 들었음 ㅋㅋㅋ

엮은이 오토 펜즐러.

”내 목표는 신성하니” 단편에 오토 펜즐러를 묘사한 내용이 짧게 나온다.

오토는 마르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편이었다, 머리는 온통 하얗고 턱수염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단순히 괜찮은 정도를 넘어 완벽한 외모였다. 잘 마름질 된 검은 정장과 가슴주머니 위로 살짝 삐져 나오게 꽂은 실크 손수건, 티 하나 없이 하얀 셔츠와 실크 크라바트.  

그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도록 묘사는 상당히 정교했고 미스터리한 서점의 주인이 있는 뉴욕으로 날아가고픈 욕망까지도 심어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여 책을 다 읽은 후 우선 오토펜즐러를 검색해보았다. 실제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ㅋㅋㅋ

결국 오토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매력 터지는 중년 남성이 운영하는 미스테리한 서점을 중심으로 소설 속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는 그를 종종 마주하며 한편 한 편 읽어 내려갈 수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했다.

희귀본이나 초판 본 등을 얻기 위한 두뇌싸움 또는 살인사건 또는 절도행위는 상당히 그럴 듯 하고 위트 있게 펼쳐지며 흥미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으로 살인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기도 하지만

그 소설 원고들을 통해 사랑이 이어지기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도 하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소설쓰기의 절실함도 표현하며 하나의 주 소재를 중심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펼쳐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분명 이 17편의 소설이 모두 다른 작가에 의해 쓰여진 작품이며, 만들어진 시기조차도 다른데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서점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신기하기 까지 했다. 단편단편의 등장인물도 조금씩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 작가들의 능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단편들 중에 난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동방박사의 간계>,<내 목표는 신성하니> 이 세가지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엄마가..>는 한 가지 사건을 바라보는 각각의 등장인물의 상황을 잘 묘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방박사의 간계>는 전개의 반전에 완전 반했으며 <내 목표는 신성하니>는 인물의 모습이나 심리 묘사가 상당히 탁월한 것 같아 몰입도가 상당히 좋았다.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의 어느 겨울날

따뜻한 방안에 앉아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 책의 단편을 하나씩 읽어 나가는 재미가

참 쏠쏠할 것 같다.

하여 이 몽환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또 한번 즐겨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담은 채 이 책을 덮었다.

[서평]브릿마리 여기 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아….무슨 이런 짜증 유발자 아주머니가 있을까??

본인이 다 하고 있는 행동임에도 자신은 그러지 않는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계속 상대방과의 대화는 동문서답의 형태가 되고….

왜 재미있다고 하는 거지? 이 아줌마 계속 이러나….??

초반부를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앞부분 아주 잠시뿐이고…

어느 순간부터 그런 브릿마리가 차츰 공감이 되었고 조금은 안쓰러웠으며 억지로 무언가 부여잡고 있는 그 모습이 순간순간 나와 동일시도 되기도 했다.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청소를 시작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남편인 켄트가 싫어하니까 아무말 안하고, 교양인이니까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하면 안되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니 그렇게 길들여졌던 브릿마리는 60이 넘은 나이에 스스로

혼자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찌보면 타의에 의해…..

생각보다 의연했고, 꿋꿋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다만 낯선 곳에서의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이제는 진짜 켄트와 함께가 아닌 오롯이 혼자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불을 켜지 않고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뱅크의 발코니에서 밤을

지새우며 많은 생각들을 하며 보르그의 아침을 맞이하는 날도 종종 있었다.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는 브릿마리, 그리고 보르그 사람들.

누군가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자신의 본 모습을 알아가는 브릿마리 여사.

그 모든 것에 가장 중심은 진심이 아닐까?

브릿마리 여사가 짜증을 유발했던 그 말들과 행동 속에 숨겨졌던 진실을 알게 되며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던 나처럼 보르그 사람들도 그녀의 진심 어린 마음과 행동에 그녀에게 무장해제 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항상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당당하고 우아하게 행동하면서도

어느 날 밤은 혼자 불도 켜지 않은 컴컴한 주방에서 자국이 남을 까봐 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우는 브릿마리 여사지만 그런 모든 시간들을 통해 그녀 스스로의 삶을 찾아나간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맞추며 살던 인생을, 혼자만의 인생으로 다시금 방향을 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브릿마리 그녀는 이렇게 홀로서기를, 그녀가 말하는 ‘자아실현’을 해내는 멋진 여성이다.

뭐든지 깔끔하고 깨끗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녀, 그래서 나에게 과탄산수소가 도대체 뭘까 궁금증을 남긴 그녀, 한 밤중엔 자신의 상황에 괴로워 하며 흐느껴 울다가도 아침이 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우아하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

브릿마리 여사.

그녀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와 발코니 그리고 주차장인지 축구장인지 모를 보르그의 그곳이

이 겨우내 나의 마음속 여운으로 진하게 자리잡을 것 같다.

브릿마리 여사

내 마음속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