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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말을 건다 - 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김영건 지음, 정희우 그림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나에게 속초는 언제나 경유지였다.
그곳에 들러 아바이 순대를 먹거나, 닭강정을 사거나, 아니면 중앙시장에 들러 약초를 사거나…
이렇게 속초는 강원도 가는 길목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지만 멈추어 둘러보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속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동네 작은 서점 ‘동아서점’
바로 이곳을 들러보기 위해 난 속초에 머물러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작은 크기의 책, 80년대 즈음을 연상시키는 표지 그림, 까칠까칠한 질감의 표지
옛 추억을 불러내기에 안성맞춤인 책의 모양새에 일단 별 가득 주고 시작한다. ^^
속초의 한 작은 서점의 이야기.
지금은 아들이 운영을 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 아들의 아버지가 운영을 한 동네 작은 서점이야기.
아들에게 차마 말로 못하는 이야기를 플로로그로 꺼내고, 아버지에게 전하는 마음을 담아 에필로그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서로에게 말을 걸며 시작하는 동아서점 이야기.
서점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는 작가는 굉장히 담백하게 자신의 일상을 그려나간다. 속초에서 나고 자라 서울로 유학을 온 본인이 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얼결에 서점을 맡게 되었고 그래서 귀향을 하는 그때 까지도 그저 순간순간에 충실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작가의 문체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한마디의 꾸밈도 없고 한 줄의 미사여구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이 했던 말, 했던 행동들을 그대로
나긋나긋, 조근조근 써내려 간 글들이 진실되게 와 닿았다.
크게 어떤 고민과 갈등 후에 시작한 서점 운영이 아니라
그저 아버지가 한번 해보라 하시니, 서점에서 자고 나란 본인이 못할 건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맡은 이상 그날그날 서점 일에 매우 충실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도서정가제의 시작과 함께 서점을 확장하고 리뉴얼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할인되지 않는 동네 서점과 할인해주는 인터넷 서점과의 비교로 비롯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어내며 성장해 나갔고, pop광고지를 구하지 못해 손수 손글씨를 써서 안내문을 붙이며 부끄러워했지만 어느새 그 손글씨는 동아서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갔다.
이렇게 하나하나 본인의 손으로 소소한 것 하나까지 챙겨가며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그는 서점을 운영해 나갔다.
이 책을 보면서 서점과 출판사와의 복잡 미묘한 관계도 알게 되었고
나름 서점 운영의 노하우도 살짝 배울 수 있었다. (혹시 내가 나중에 서점을 하게 되면 꼭 이 분을 만나서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나 혼자 조용히 하고 있었다는…^^)
그저 주어진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조금은 더 나은 방법으로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고
현실과 본인의 이상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돈도 잘 벌어야 겠다며 주어진 상황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동아서점 3대 사장님.
어떤 일을 시작할 때마다 실행에 옮기기 보다는 고민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는 시간이 많았던 요즘의 나에게 동아서점의 사장님은, 아니 작가는 하나의 메시지를 남겨준다.
결심하면 일단 시작하라고…
그리고 상황을 살펴보고 비교하고 주저하지 말고
그냥 주어진 상황에 묵묵히 꾸준히 최선을 다하라고.
“당신에게 말을 건다” 이 책은 제목처럼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얼른 오라고, 얼른 와서 나를 한번 봐 보라고…
빠른 시일 안에 속초로 가봐야겠다.
동아서점이 빨리 보고 싶고, 사장님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