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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 삶의 끝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긴 인생의 말들
헤더 맥매너미 지음, 백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울 준비를 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암 선고를 받은 젊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정리해서 펴낸 책이라는 간단한 책의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이 남긴 그냥 그런 삶에 대한 회고나,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슴 절절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가족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이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면서도, 부재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남은 삶을 건강하게 밝게 잘 살수 있을 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야기이다.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여인도 이렇게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사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는 그 동안 얼마나 나태하게 삶에 임했는지 생각하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울 밖에…..
브리아나의 엄마 헤더 맥매너미는 가장 무난한 삶을 살아가던 한 여성이었다.
대학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며 대학생활을 했고, 남편을 만나 뜨겁게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며 결혼에 이르고 그 후 예쁜 딸을 낳아 브리아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그야말로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여인이다. 그런 이 여인에게 어느 날,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이 암이라는 병은 찾아 들고 그 힘들고 무서운 항암치료를 견디며 잘 이겨내는 듯 했다. 하지만 암은 헤더를 끝까지 그냥 두지 않았고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기에 이른다.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헤더는 모든걸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지만은 않는다. 처음 암 선고
를 받은 후에도 그랬지만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헤더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에도 상황을 긍
정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엄마 없이 살아갈 딸에게 남길 카드를 한 장 한 장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읽고 난 후 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우선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 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니 받아들일 수는 있을까?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도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그 후 내가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할 나의 남편과 딸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끔찍한 항암치료를 거듭하면서도 이 괴로움을 의사에게 또,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나의 고통을 제대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담담하게 받아 들이려 노력하며
끔찍한 고통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아픔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을 또는 아픔을 조금만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애를 쓴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녀가 선택한 일들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상황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담담함을 넘어 용기라고 까지 말하고 싶다.
모든 것들이 그랬다.
암 선고뿐 만 아니라 시한부 판정까지 받은 사람으로서 하루하루 모든 상황들이 지옥일 것만 같다. 그런데 그녀는 하루라도 더 즐겁게 살기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아프지 않은 우리들보다도 더 치열하게 맹렬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자신이 떠난 뒤에 남아 있는 딸에게 조금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메시지를 담은 카드와 사진과 추억거리들을 많이 많이 남겨놓았다.
그리고 브리아나가 의지하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수많은 가족들을 만들어 주었다.
몸의 여기저기가 점점 아파오고, 아프면 쉬이 낫지 않는 나이를 맞이 하는 이 즈음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 어느 때 나에게도 닥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제는 그냥 하는 빈 말이
아닌 진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문득 가슴이 철렁하는 나이가 된 지금.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그녀의 태도에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죽음은 어쩌면 그녀보다도 더 순식간에 다가 올 수도 있는 것이고
그녀처럼 그래도 조금은 준비할 시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오랜 시간 지치고 지칠 때까지 힘겹게 삶을 이어가다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삶의 모습은 정말 바라지 않는 삶의 모습이다…ㅠㅠ)
언제 어떻게 나에게 다가올 지 모를 죽음.
그렇기에 그녀의 이야기처럼
무언가를 하고 싶거든 지금 바로 해 볼 것이며
겁이 나서 무언가를 하지 못하기보다는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를 해보는 용기를 가질 것이고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지금을 살고, 웃으며 사랑할 것이다.
이 책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아주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