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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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 in peace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계속 그러기를 원했지만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코너로 내 몰린 채 결국 동생과 함께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의 굴레로 들어서게 되어 나중엔 유괴사업이라는 괴상한 범죄행위까지도 저지르게 되는 청년 도모키.

보이스피싱부터 유괴범죄까지 모든 범행을 계획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여 성공으로 이끌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화기 너머로 Rest in peace를 조용히 고하며 홀연히 사라지는 범죄자 아와노

대일본유괴단이라 칭하며 과감히 유괴범죄를 저지른 일당을 잡기 위해 자신들의 팀원과 총력을 다하는 마키시마 수사관.

이들을 중심으로 보이스 피싱 사건과 유괴 사건이 차례로 일어나며 인물간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자와 쫓는 자의 심리를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장장 600쪽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의 장편소설이고, 빠르게 휙휙 읽히지는 않으나 뭐하나 빼먹으면 안될 것 같아 꽤나 애를 먹으며 읽었지만 소설의 끝 무렵엔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사실 어찌 보면 우리네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살아가던 도모키에게 어쩔 수 없는 취업 포기라는 인생의 큰 좌절로 인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그의 삶이 더욱 공감되어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저렇게 똑똑한 머리로, 저렇게 자연스럽게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저 대담함으로 다른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살아가면 안 되는 건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이미 한 번 꼬이기 시작한 인생을 되돌리려는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살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인생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며 돌이키기엔 이미 늦을 수도 있다는 섬뜩함도 느낄 수 있었다.

보이스 피싱을 하는 사람, 보이스 피싱을 당하는 사람의 심리,

상대에 대한 정확한 심리 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스로 범죄에 가담하여 공범자가 되기를 결심하게 만드는 아와노의 능력(?)은 매우 탐나는 재능이다. 그 아까운 재능을 범죄행위에 쏟았다는 사실이 더욱 속상한 노릇이지만 말이다. 더욱이 그 타고난 능력으로 자신은 항상 교묘히 빠져나가며 심지어는 사람 염장 지르듯 ‘Rest in peace’를 고하며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엔 화가 나기도 했다.

언제나 정의가 살아있어야 하고 범죄자는 반드시 잡히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범죄자가 빨리 잡히기보다는 어떻게 처벌의 수위를 조금 약하게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안될까를 자연스럽게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정의라는 것은, 사회질서라는 것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고 어떤 범죄행위라도 범법행위이므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이들의 마지막을 상상해볼 수 도 있었다.

교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돈을 갈취 하는 행위, 아무런 원한이나 죄도 없는 사람을 납치 유괴하여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 이 두 가지 모두 아무런 이유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입히는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일확천금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사람이 어떤 판단착오를 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는지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결국 이들처럼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조급함과 절박함으로 인한, 순간의 판단 실수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지도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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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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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 가정주부 또는 기혼여성을 의미 하는 하우스프라우(HAUSFRAU)라는 제목을 가진 책.

올해 우리나라 독자에게 소개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가독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문장 하나하나가 순순히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전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거기에 시인의 첫 소설이라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내포하는 표현을 주로 쓰는 시인의 작품이라 그런지 문구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꽤 깊이 있게 생각을 해야 하고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야 해서 가볍게 볼 수 만은 없었다.

인물 또한 어찌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 많은 감정과 생각을 가져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미국인인 안나는 스위스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그저 당연 한 듯 스위스에서 정착을 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남편이 원한 것이기에….

여기서부터가 문제 아니었을까? 타고난 성향 자체가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혼도,결혼 후 정착할 곳도 모두 본인의 의지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지에 기댄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낯선 이국 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안나는 외롭고 고독했다. 그런데 잔정 없이 무뚝뚝한 전형적 스위스인의 기질을 가진 남편과 시어머니의 틈 속에서 더더욱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환경에 조금은 친절하고 부드러운 가족을 원했던 안나에게 남편과 시어머니는 그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만 최선을 다했지 안나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관심이나 고민은 전혀 없었던 듯 하다. 안나 역시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이야기를 했었다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극으로 치달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으리라. 자신이 살기 위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선택했던 불륜은 또 다른 불륜을 죄책감 없이 감행하게 만들었고 그 다음엔 그저 그냥 그들이 원하기에 나는 따랐을 뿐…’이라는 듯 자신 스스로를 내몰았던 안나가 어느 순간은 답답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마음속 밑바닥은 항상 안타까운 연민이 계속 머물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던 안나.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도, 독일어 수업을 들어보라는 충고도 모두 실천해보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안나에게 맞는 방법을 제안했더라면 안나는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안나 본인 스스로가 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그 고민을 왜 그녀는 해보지 않았을까?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안나의 시선으로 모든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중간 중간 메설리 박사와 상담을 하는 이야기, 독일어 수업시간에 수업을 들으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안나를 비롯한 인간 전반의 심리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중심 이야기와 함께 번갈아 가며 구성되어 있는 점도 상당히 흥미롭다. 안나의 행동을 보았다가, 안나의 마음속 심리를 짐작해보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안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심리 상담을 해주던 메설리 박사가 처음부터 조금 더 친절했더라면, 안나를 지적하기보다는 조금더 공감해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마지막 행동까지 정말 자신의 환자를 위한 행동인지 의심스러웠다. (정신과 의사면 본인의 환자에게  조금 더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파국으로 치닫던 안나는 결국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고통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절실하게 깨닫고 인정하고 후회하며 더 큰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다.그리고 거기에 더해 남편 브루노는 그 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모두 표출하며 안나를 집 밖으로 쫓아낸다.

갈 곳이 없는 안나는 끝없는 방황을 할 것처럼 이곳 저곳을 해매이며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을 생각해보지만 그럴 때마다 거절을 당하며 더욱 절망 속에 빠져들고 만다.

이제 안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과감하고도 적나라한 성적 묘사는 안나의 쾌락이 안나의 고독과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더욱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고, 안나의 심리상담 중 나누던 대화는 인간내면의 여러 모습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했다.

안나벤츠. 그녀가 가진 수동적 태도도, 낯선 타지에서 혼자 인 것 같은 외로움과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해매이던 그녀의 슬픔도, 어느 정도는 나에게도 나타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녀가 참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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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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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이 확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방송국을 실명 그대로 떡 하니 책 제목에 사용하는 용기(?)와 자신감이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마구마구 일으킨다. 역시 작가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설이 블랙코미디 마냥 중간중간 터져주는 유머 코드에 때로는 피식피식 헛웃음을 짓게 하고, 때로는 박장대소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 곳곳에 블랙유머를 배치한 작가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1%가 벗고 있는 사우나, 그 안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소설가

라고 한마디로 압축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갈수록 정말 이들이 대한민국의 1% 일까? 아니 1%였기는 할까 하는 의구심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결국 누구나 태초의 모습 그대로이면 다 똑 같은 걸까? 아니면 태초의 모습이 아니어도 결국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 걸까?

 

자기들 스스로 자신들이 1%라는 자부심과 선민의식으로 직원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태도나, 더 새 것을 찾겠다고 옷이나 양말을 헤집고 뒤적이는 모습들은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 1% 라는 사회적 지위나 체면을 생각하는 사람들인지 자꾸 되새겨 보게끔 했었다.

 

을도 못되고 병인 주인공 태권이나 그 사우나에 맴버십을 가입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그들이나 도대체 무슨차이가 있나.

오히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주인공이 더 갑인 듯….

그래서 더 씁쓸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비단 대한민국 1%에 속하는 노인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소설가가 꿈인 주인공은 논술 강사로 생계를 꾸리면서 작업을 해나가지만 결국 작업에 좀 더 몰두하고자 선택한 일이 사우나 매니저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는 꿈을 위해 말하자면 투잡을 하는 것이지만 사우나 매니저라는 직업을 갖는 과정과 후임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청년 실업에 대한 이야기.

주변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피트니스 센터를 견제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면서도 천정에 곰팡이는 그대로 방치 한 채 좀 더 적은 비용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헬라홀 사장. 그가 보이는 이중성을 통해 관찰 할 수 있는 소위 갑의 회사와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비롯한 경영마인드.

또 병이라고 하면서 1%인 사람들 앞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 앞에 꼼짝하지 못하면서도 그들이 없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는 신랄하게 비난하고 비웃는 모습에서 강자 앞에 섰을 때의 평범한 우리네의 모습이 보여서 짠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 사우나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모습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그들과 내 자신의 민낯을 모두 드러낸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는 등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아주 재미있거나 아주 웃기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가독성은 꽤나 좋은 편이고 곳곳에서 웃음지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읽을 당시의 임팩트보다 읽고 난 후 계속적으로 생각나고 상상되는 헬라홀 사우나의 1%의 그들 그리고 주인공 태권.

누구나 다 알고 있던 대한민국 1%의 모습보다는 우리는 볼 수도, 알 수도 없었던 그들의 이면을 조금이나마 잠시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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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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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맛, 공간, 사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인문학 서적이라는 묵직함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깊이와 방대함을 가지고 있는 책일 줄은 몰랐다. 첫 장이 관찰자 중의 한명인 프랜시스 도너번의 연구사례 이야기 중 한가지로 시작이 되어 흥미롭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어 나갈 수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레스토랑에 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것이 꽤 충격적이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레스토랑의 여러 면면을 알 수 있게 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와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레스토랑이었는데 그 곳에서 역사적 사실을 통한 사회변화와 그 사회 안에서 인간들의 변화하는 모습들까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1700년대 후반 프랑스 혁명 이후, 의회 대표들이 레스토랑에 모여 식사 한 것을 시민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는 레스토랑의 기원부터 21세기 전세계 체인점을 둔 대규모 패스트푸드가 발전하기 까지 레스토랑의 발전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있다. 그러면서 레스토랑이라는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행위에 대한 여러 분야 사람들의 관찰을 바탕으로 한 주장들을 어마어마하게 쏟아 놓으며 관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의 문화적 의미를 알려주고자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스토랑의 변천사로 시대를 이해할 수 있고,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통해 노동의 의미도 생각해보도록 전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종주의적 차별과 계층간의 불평등, 그리고 자행되는 비위생적인 행태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작가, 기자, 요리사, 보조 요리사, 웨이트리스 등 다양한 관찰자들을 통해 음식의 변화, 홀과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대비되는 노동 및 각자의 역할 등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상징으로 가득한 레스토랑 홀에서는 손님들이 우아하게 자신의 욕구를 발산하고, 그에 맞춰 숙련된 동작으로 그들을 대하는 웨이트리스와 웨이터들이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 홀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방에서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며, 육체적 폭력과 고용주의 소위 말하는 갑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다는 작가의 얘기는 머리를 한 방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내가 머무는 홀을 제외한 다른 곳에 대한 관심이나 궁금증을 전혀 가져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홀을 가로지르는 저 넘어 주방이라는 곳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도 내가 앞으로 레스토랑이라는 곳을 가게 된다면 단순히 내가 앉아 있는 그 공간만이 아닌 레스토랑 안의 모든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쉬이 누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르 21세기는 시스템 요식업을 주도하는 대규모 프렌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을 뛰어넘어 혁신적이고 감각적이며 창의적인 요리사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어 가는 레스토랑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새로운 미식학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 기존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특함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레스토랑의 질이 평가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레스토랑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사회흐름에 따라 음식도 다양하게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조금은 간단히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음식의 변천사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이 공존하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개인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점을 찾고 그 안에서 함께 먹고, 마시고, 다른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를 하며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장소가 되었다고도 이야기 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은 열린 사회의 전형적인 영역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이 갖는 사회적 의미, 그리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머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었다. 그러나 레스토랑이라는 한 공간에 대한 역사적 지식부터 그 안의 여러 공간과 그곳에서 만들어 지는 음식들의 변화와 머무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까지 전혀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진심 유익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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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인 도쿄 -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
이호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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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동경하면서도 많이 경험하지 못한 나에게 여행에세이란 참 매력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일본. 본능(?)에 가까운 일본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여행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나이가 들수록, 주변에서 일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한 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점차 늘어나 이제는 그 어디가 아닌 일본을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는 사실.

딱 그럴 것이다예상되는 복잡한 도심인 도쿄보다는 다른 지역을 마음에 품고 있던 찰나 <걸스 in 도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14명의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을 담고 있고 잠깐의 여행객의 시선이 아닌 그 곳에서 직접 유학하고, 살아보고, 직장을 가지도 있는 실제 사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도쿄의 모습이라 더욱 신선했다. 또 어느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곳이 아닌 각각의 사연과 취미와 취향을 담고 있는 자신들만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것 역시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곧 가게 될 일본 여행에 아주 유용한 팁이 될 수 있을것 같아서 가까이 두고두고 되새기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리라.

14명의 작가가 느끼고, 좋아하고, 걷고, 문화적 사색을 즐겼던 도시 도쿄. 내가 하나하나 골라서 나만의 다이어리를 만들 수 있었던 곳도, 조용한 주택가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온천도, 초고층 빌딩 사이 페데스트리안 데크라는 거창한 이름의 보행자 전용 고가보도도, 조용하고 단정한 주택가 사이사이 편집숍이 군데군데 자리잡은 언덕길도 내가 예상했던 도쿄와는 아주 거리가 멀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또 작가 자신들이 그곳에 장기간 머물면서 또는 살아가면서 경험했던 곳 중심으로 소개를 하고 추억이 깃들어 있는 장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 동안 읽었던 한 사람의 여행에세이보다 훨씬 더 많은 재미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일본 문외한, 도쿄 문외한인 나는 도쿄가 복잡하고 정신 없는 곳, 빽빽한 빌딩숲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만들었다. 판에 박힌 듯 뻔한 곳, 서울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도심의 모습만이 아닌 도쿄가 가진 숨은 매력도 함께 찾아낼 수 있는 식견을 갖게 해 준 이 책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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