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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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부터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에 마음이 조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또 과연 나는 어른으로서 잘 살고 있나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고, 그런데 도대체 어른은 뭐지? 하는 의문마저 들며 많은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감성을 많이 자극하지 않아서 좋았다. 여고생이 미혼모가 되는 소재의 책이라 읽으면서 눈물부터 날 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아주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예상과 다름에 살짝 놀라기도 하고 오히려 신선하기도 했다. 상황에 대한 감정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거기에서 오는 주인공 수연이의 절제된 감정선이 오히려 더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공감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가족이라는 말 자체가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아이 수연.

엄마도 아빠도 자신을 낳아 놓기만 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서로 떠넘기려는 상황을 겪으며 세상에 그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비참함에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심정이다. 그런 고통을 어린 나이 아홉 살에 이미 온 몸으로 다 받아내야 했던수연이의 아픔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부모에게 전혀 필요 없는 존재, 부모들의 삶을 배신하게 하는 재수없는 존재가 된 자신을 한 달에 한 번 떠야 하는 보름달이 두 번 뜨기 때문에 재수없는 달이라 불리는 블루문에 동질감을 느꼈던 아이. 하지만 자신이 한 생명을 뱃속에 품으면서 그 의미를 스스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내 삶의 배신자 불길한 블루문이 아니라 내 삶의 의미 있는 달 블루문으로 바꾸며 현재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선택은 본인의 의지이며 그 선택 이후 책임은 온전히 본인 스스로가 져야 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연이와 같은 아이들에게 어른이라 큰소리 치며 잔소리를 해대는 우리어른들 조차도 이 분명한 사실을 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수연이의 부모가 그랬고, 지호의 부모가 그랬으며 현실에서도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저 나를 버린 부모로부터 독립이 꿈이었고, 독립을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멋지게 마음껏 살아보리라 마음 먹으며 착실히 준비하던 수연이에게 청천벽력이 떨어졌는데도 그 감당은 결국 수연이 혼자의 몫이었다. 그래도 주변의 인물들이 드라마처럼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더욱 사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수연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제일 컸고 그 사실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고 답답하기도 했다.

수연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절망했고 고통스러워 했으며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정확히 직시하며 지열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자신이 살아갈 앞날에 대해 확실한 선택을 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결정한 이후에는 후회도 미련도 없이 그냥 그 길만을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한다.

어른인 내가 오히려 수연이한테 배워야 할 것 같다. 수연이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신의 인생을 자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여 꿋꿋하게 나아가는 그 의연함을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아이들에게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충고하거나 잔소리 하지 말아야겠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도 다 하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큰소리 칠 수 있을까? 그저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거구나하는 본보기만 되어도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말이다.

감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지열하게 고민하고, 꿋꿋하게 갈 길을 가며 자신을 의미 있는 두 번째 달 블루문이라 부르는 수연이와, 달이의 앞날이 순탄하게 펼쳐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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