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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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화 운동 세대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학교를 다닐 즈음엔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이 거의 막바지로 접어든 때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 시절을 겪지 않은 나에게 그 시절은 항상 정확히 알아야 하고, 또 내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의 짐이 있는 시절이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리라 조금 더 정확한 사실만을 알아보리라

언제나 마음만 먹고 막상 뭔가 찾아 본다거나 알아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왠지 두렵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할 것만 같은 그 역사를 조금은 피하고 싶은 마음도 사실이니까

그런 시절, 대학가와 종로와 명동의 중심에 서서 민주화와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 있었던 젊음 들이 아니라 자의든 타의든 군이라는 또 다른 공간 속에 함께 있게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

무언가 또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가 있을 것 같아 염려도 되었고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참 덤덤하다. 그리고 잔잔하다. 그냥 그렇게 무덤덤하게 80년대를 청년으로 살아갔던 한 평범한 이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그들이 또 그 안에서 그들만의 관계와 규칙과 당위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다. 사회의 불합리와 이데올로기의 다름으로 누군가는 치열하게 싸우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누군가는 조금은 외면하고 또 가슴에 묻으며 그 시절을 버티고 살아냈으니까. 그게 나고 그게 이 책의 주인공 윤이니까이렇게 가슴 한 켠 왠지 모를 마음의 짐을 조금씩은 지고 살아가는, 그때는 평범했던 그런 청년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 역시도 아니 우리 대부분은 주인공처럼 가슴에 울분은 있으나 다들 각자만의 그럴듯한 이유로 현실과 맞서지 못하고 그냥 그 현실에 맞춰서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또 한가지는 기억한다.

그 시절 영수처럼 힘껏 싸우다 꺾여 자신의 존재마저도 부인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살아간 이들고 있고, 하치우처럼 자신의 이념을 바꿔 현실에 너무나도 충실히(?) 적응해 살아가는 그 누군가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지막 반전처럼 실명이 거론되어 깜짝 놀랐으나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엄연한 허구의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혼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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