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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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

매우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난 사실 잘 몰랐다. 추리소설류를 최근에야 제대로 읽기 시작한 관계루다가….^^;;

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은 익히 들어봤던 제목. 그래서 이 책은 꼭 읽어보기로 결심하였다.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형사가 나오는 타우누스 시리즈 중의 하나라고도 하여 더욱 궁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당히 유명한 미스테리소설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검색을 해보니 미스테리소설과는 살짝 매칭이 안될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또 한 번 놀람. 하지만 이름과는 왠지 어울리는 얼굴이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주인공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타우누스 시리즈가 유명해지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냉청함과 카리스마 그리고 따뜻함이 공존하는 보덴슈타인 반장과 남다른 직관력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피아형사는 상당히 매력적인 주인공들임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꼭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상당히 방대하고 그 인물들 모두가 거의 주요인물이 되어 사건을 연결 짓는 소설은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히 초반부 몰입도는 많이 떨어졌다.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 지도를 아예 실었을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과 낯선 독일 식 이름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전개되는 사건들. 그래서처음엔 진도가 꽤 더디게 나가는 관계로 읽기가 좀 어려웠다. 하지만 딱 초반의 끝부분으로 접어들면서 휘몰아치듯 읽어 내려갈 수 있어서 두 권 여섯 시간 만에 독파 ㅋㅋㅋ (앞의 삼분의 일 읽는데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하여 하루가 걸렸으나 그 이후로는 그냥 쭉 잡고 한번에 읽음)

한 마을 인근의 캠핑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고 그 안에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뒤를 이어 살인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수사를 하면 할수록 42년 전 한 어린소년의 실종과, 여우의 실종 사건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사건 담당형사 보덴슈타인은 충격을 받는다. 그 실종된 아이가 바로 어릴 적 가장 친했던 소꿉친구이며 그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소중한 애완여우 막시였기 때문이다.

결국 사건은 마을 전체의 집단 이기주의 속에서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무시당하던 이방인으로서겪을 수 밖에 없던 그들의 냉대와 폭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서글프고 씁쓸했던 것은 이 모든 것이 결국 몇몇 사람의 치정에서 시작된 마을 전체의 비극이었다는 것이고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며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려는 술수 속에서 진실이 42년 동안이나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 소년과 여우의 실종은 마을사람 모두가 가해자이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라우마가 되어 버릴 수 밖에 없던 소꿉친구의 실종과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여우의 실종을 외면하고 살던 보덴슈타인 반장이 사건을 맞딱뜨리며 극복해 가는 과정 또한 애처롭고 가슴 아프게 했다. 알면 알수록 더욱 씁쓸한 진실이었으니까….

겨우 열 한 살에 불과한 어린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마을 어른들의 비겁함.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속죄의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어른. 그로 인해 시작된 마을의 비극.

하지만 이 비극은 반드시 일어났어야 할 비극이며(살인사건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진실이 밝혀지는 것 자체가 비극) 모두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사죄하며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방인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사회는 역시 그런 모습으로 우리와 다른 누군가를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아주 오랜만에 깊이 있는 묵직한 책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어수선한 마음 탓에 이 책을 들고도 몰입할 수 없어 시작하고도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붙들고 있게 되어 마음 한 켠 계속 불편했는데 늦게나마 시작하여 단번에 끝을 보고나니 여러모로 나에게 참 도움되는 시간이었다.

근 한 달여를 그 어떤 책도 읽지 못하고 있던 내게 다시금 깊이 있는 묵직한 소설을 집어들 수 있게 해준 상당히 고맙고도 매력적인 소설이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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