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밖에서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 강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독일로 온다. 전쟁터에서 귀향한 베크만이 맞이한 것은 자신 앞에 차갑게 닫혀진 문이었다. 누군가의 판단으로 폭력에 내몰린 그에게 그 누군가는 자신이 거부한 책임을 요구한다. 개인의 삶은 매몰차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개인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보르헤르트에게는 이성에 대한 낙관주의에 사로잡힌 (또한 그로 인해 절망해야 했던) 마지막 근대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개'라는 개념은 더 이상 짖지 않는다. 죽어야 할 것은 이성에 대한 환상을 획책하는 '타아'이며, 구원받아야 할 것은 차가운 가슴이다. <문 밖에서>를 집필한 이듬해 보르헤르트는 숨을 거둔다. 그리고, 그 무덤 위에서 브레히트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불편한 연극과 불편하게 하는 연극의 경계선은, 아마 보르헤르트의 무덤 그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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