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회상 범우고전선 9
크세노폰 지음, 최혁순 옮김 / 범우사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크라테스의 동시대인이 남긴 소크라테스에 대한 기록물에는 플라톤의 대화편과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그리고 크세노폰의 <메모라빌리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조잡한 상식의 입장에 벗어나지 못한 아리스토파네스의 저작을 제외하자면,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작품은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저술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크세노폰은 직업 군인으로서 전쟁 관련 책을 집필하고, <가정록>이라는 가부장적인 지침서를 집필한 바 있는데,이는 평생 정치학과 수학에 매달렸던 플라톤의 이력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상이한 기질은 동일 인물인 소크라테스를 묘사함에 있어서도 뚜렷한 차이을 보여서,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유추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천재적인 문필가 플라톤보다 고지식한 크세노폰의 서술이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간파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냉정히 따져 보아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물음이 동시대인들의 물음과는 종류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문제 제기였음을 감안한다면, 크세노폰이 그의 사상을 자신의 문제 설정에 맞춰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고, 플라톤의 천재적 재능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가정의 화목과 우애, 국가의 안녕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바탕으로 이런 논의를 전개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크세노폰에게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논증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고, 단지 정신적 스승 소크라테스만이 있을 뿐이다. 철학의 일반화, 사상의 상식화가,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규범에 편승했을 때의 결과는 생각처럼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유의하고 텍스트를 접한다면 아테네의 고급 콜걸에게 농담을 걸고 버릇없는 아들을 변증법으로 설득하려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크세노폰의 저술 속에 묘사된 그런 모습이었다면,그가 사형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콘포드 <종교에서 철학으로>

나는 무능한 동조자보다는 유능한 반대자를 원한다.
- 버트란드 러셀 <서양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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