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영화
필립 루이에 지음 / 정주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에서 호러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 봤을때 그리 교양있는 짓이 못된다. 이러한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만큼,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문적 지식을 얻을 만한 사회적 기반도 갖춰져 있지 않다.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호러 영화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접근한 유일한 책이라는 것은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은 호러 영화 중에서도 심리적인 면보다도 고어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연구한 책이다.

역자는 프랑스에서 영화를 전공한 사람으로 소개되는데, 잔인한 장면은 눈뜨고 보질 못하며, 이 책을 번역할때도 사진은 손으로 가리고 번역했다고 하는 심약한(?) 사람이다. 따라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번역했다고 할 수 있어서 다소 경계할만한데, 다행히도 번역도 괜찮은 수준이며, 특히나 국내에 잘못 출시되어 있는 영화의 비디오 제목까지 달아주는 등의 성의가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잔인해서 못본 영화들에 대한 연구와 지식을 책이라는 다른 매체를 번역함으로 해서 얻으려한다는 저자의 번역 의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매체가 다른 매체로 소개될때 결국 별개의 것이 될수밖에 없다는 마샬 맥루한의 '풀어쓰기 이단'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사실 이러한 면은 영화를 연구하는 학자의 모습은 절대 아니다. 거기다, Director of Photography를 '사진 감독'으로 계속 오역하다니, 이럴땐 정말 저자의 전공이 의심스럽다. 이러한 번역상의 문제를 제쳐둔다면, 이 책은 '고어 영화'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볼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정보나 지식의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호러 팬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아니라면 '고어 영화'의 기원을 프랑스의 그랑 기뇰 연극과 연관짓는 성과를 어디서 접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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