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G 1호 나란 무엇인가?
김대식 외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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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기소개를 할 일이 많았다. 자기소개를 10초 버전, 30초 버전, 1분 버전으로 준비하면서 나를 소개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내가 뭔데 나를 소개하지? 내가 소속된 학교와 나이는 확실히 나의 많은 부분이긴 하지만, 그게 나를 설명하는 전부인가?

이 잡지는 "나란 무엇인가"를 답하는 성의있는 글들의 모음집이다. 나는 "누구인가"가 아닌, 나란 "무엇인가"라는 게 핵심이다. 미생물학자와 천문학자와 작가와 통계물리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란 무엇인지" 300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한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물음이므로) 딱히 나란 무엇인지- 답을 얻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새로운 사람을 100명쯤 만나고 자기소개만 10번을 한 나에게 좋은 휴식이 된 것은 확실하다.

내용뿐만 아니라, 잡지의 형식과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 하다. 김영사는 북디자인을 잘하는 출판사라고 생각했지만, 형식을 벗어나는/과감한 시도도 할 줄 아는 출판사라는 건 몰랐다.
인류가 책을 만들게 된 시점에서부터 출발하면, "나란 무엇인가"라는 고루한 질문에 답하는 출판물은 최소 오천만권은 될 것이다. 2021년에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 심지어 <종이 잡지>를 출판하려면 이 정도는 되야지, 라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지하철에서 읽으면 꽤나 멋져 보이는 표지와 내용이므로 (굳이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지만)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 왕복 3시간만에 코를 박고 다 읽었다.

아주 다양한 저자들의 다양한 글을 하나의 주제 아래 하나의 종이책으로 묶어내는 것, 이래서 잡지가 재미있다. 매 글마다 다른 질감의 종이를 넘기면서, 페이지 하나하나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보면서, 모든게 e-북으로 나와도 종이 잡지만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주의 광활함과 시간적 유구함을 생각하면 우주 속 인간의 위치는 미미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긴 세월 속에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그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해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어 우주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기적과도 같은 우주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천문학자 이명현의 '생각하는 별먼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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