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 내 삶을 취사선택하는 딩크 라이프
도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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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전년도보다 6.77% 늘었고, 1/2인 세대를 합친 비중은 전체 세대의 62.6%에 이른다. 전통적 가족 개념이 해체되고 있는 이 시대에, 딩크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는 아주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매체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시각을 많이 접하게 되므로 (그것이 책-82년생 김지영-이든 방송매체-슈돌-든) '딩크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 자체가 없었다. 책중에서도 이런 내용이 언급된다. 유자녀 가정을 다루는 방송은 수도 없이 많고, 1인 가구를 다루는 방송도 있는데 딩크 부부를 보여주는 미디어는 없다고. 책의 맨 마지막 챕터에서 다른 딩크 부부의 인터뷰를 넣은 것은, '딩크 부부를 다루는 미디어가 없다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생각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사 표현 같다.
(이제는 트로트, 백종원, 부자 연예인의 자녀를 보여주는 방송 말고, 딩크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PD였으면 당장 콘텐츠로 쓰겠어)

 

이렇게, 평소 접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급진적이라고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래는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3장, '여행은 여행답게 떠날 것' 챕터 중 일부다.

 

"여행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설렘과 기대가 담겨있고, 자유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은 달랐다. 어느 정도 수평적인 소통이 되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 아이를 동반한 여행은 즐거움에 비례한 돌봄 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나날이다. ~ 선택할 수 있다면 솔직히 아이보다는 나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와 배우자의 소중한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뒤따라오는 고단함을 겪고 싶지는 않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여행을 많이 다녔고, 지금도 여름이면 외가, 친가와 여행을 다니는 집에서 자랐다. 나를 위해 돌봄 노동을 해준 어른들 사이에서 여행을 자주 다녔고, 나 역시 이제는 어린 사촌동생들을 돌본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에는,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 아이가 꼭 끼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한 저자의 생각이 상당히… 급진적이라고 느껴졌다. 나에게 가족 여행이라면, 항상 어린 아이가 있고 그 어린 아이를 챙겨주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아이와 함께한다는 이유로 겪게 되는 (아이가 없는 여행이라면 겪지 않아도 되는) 불편함을 '뒤따라오는 고단함'이라 생각한 적 없다.

 

이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온 동네가 함께 키워야 하는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 온 동네가 관심을 기울여줘야 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키우기'까지는 못해도, '키우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나에게는 조금 의문스러웠다.

 

아이들도 분위기를 읽는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나는 오히려 어린 나이일 때부터 좋은 음식, 좋은 작품, 좋은 곳을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라고 해서 키즈클럽, 놀이터, 패밀리 레스토랑에만 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나는 감사히도 어린시절 부모님께, 다른 가족들에게, 주위 어른들에게 배려를 받으며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내가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의 미성숙함을 제재하지 않는 부모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아이가 밖에서 피해를 끼칠까 외출할 곳을 찾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 비행기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불편해하는 승객들을 위해 간식거리를 하나하나 포장해 돌리며 사과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니까, 아이를 너무 생각한 나머지 편향된 이기심을 보이는 부모들을 막기 위해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이다. 내가 아직 저자의 나이보다는 아이의 나이에 가까워서 하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결혼 6년차로서 아이에 대한 간섭을 충분히 받고, 자녀계획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 후 딩크로 살기로 저자의 생각을 읽는 것 자체가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독서였다. 저자의 바램대로,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변명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저자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되었을 때는, 세상의 시선이 내 선택의 이유가 되지 않기를.

 

내 독서의 범위가 좁아서일까? 딩크를 주제로 하는 책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딩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세상에 나보다 먼저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이 있구나, 라는 걸 알게 되면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책이 주는 힘이 그런 거 아닌가.

 

 

아이를 키운다는 건 때로는 고단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즐겁고 보람된 일일 것이다. 그 특별한 즐거움 대신 내게 주어진 재능과 기회, 손만 뻗으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세상의 형태가 있다. 지금 가진 것과 앞으로 누리고 싶은 것만으로도 벅찬 삶에서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과 행복이 빠져도 나는 내내 괜찮은 사람일까.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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