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아프리카를 고정관념 속에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페멜루는 소설 속에서 꽤 많이, 미국에서 자신은 나이지리아 사람이라기보다는 비미국인 흑인,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루 1달러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무슨 언어로 말하고 무슨 음식을 먹는지 알고는 있었나?
그런 의미에서 아디치에가 페미니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 영향을 지닌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프리카 사람'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이 미디어를 통해 많이 노출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고정 관념' 또한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은 피부를 가지고 성공한 사람이 버락 오바마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캡틴 마블이 여자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듯, 검은 피부를 가진 아프리카인 여성 또한 성공할 수 있고,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책을 통해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유니세프나 초록 우산 등의 자선 단체에 매달 돈을 기부하고 아프리카 어린이의 편지를 받는 것은 '착한 일'이며, 못살다가 잘 살게 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계의 빈민들을 돕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처럼 여겨졌다. 물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있었나? 유명한 연예인들이 아프리카에 가서 학교를 짓고 밥을 먹여주는 모습 말고, 그 아이들이 파업으로 대학 공부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 미국으로 떠날 수도 있다고, 그 타국에서 가난을 이기지 못해 성매매의 길목까지 들어갔다가 나올수도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 본 적 있었나?
솔직히, 나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페멜루가 말하는 이야기의 이 지점에 새삼스러운 충격을 받았다. 이는 어쩌면 안온한 모국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온 나의 경험 부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살면서 느끼지 못할 인종적 경험이기도 하다.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해있어도, 황인종으로서 느끼는 경험과 나이지리아에서 온 비미국인 흑인이 느끼는 경험은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