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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 선명하고 바르고 오해받지 않는 글쓰기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9년 6월
평점 :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 깨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글쓰기 대회에서 상도 여럿 타고, 대학도 논술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시험 혹은 평가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내가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를 시작하려니까 내 문장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건 알겠는데, 막상 고치려니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무언가 주장하거나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닌, 내 감정을 정갈하게 풀어내고자 시작한 글에서 더 심하게 나타났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훌륭한 작가들의 에세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 술술 읽게 되는 글이었다. 그런데 막상 나의 결과물을 보니 트위터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쓰는 글마냥 정신이 없는 것이다. 매번 140자 제한이 있는 SNS에 내 감정을 비속어 범벅으로 내던지듯이 써오다 보니 든 버릇이리라.
이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는 걸까? 계속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면서도 어딘가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들. 정돈된 명작들만 보고 자라 눈은 높은데, 정작 내 글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
이 책에 쓴 내용 중 외워야 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열심히 외워봤자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릴 테니까요. 대신 저는 이 문장이 왜 어색한지, 쓰고 다듬을 때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도무지 손을 댈 수 없을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등 글을 보는 안목을 키워드리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책에 나온 예문 외 어떤 문장이든 자유로이 쓰고 다듬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지금 가볍게 한번 읽어보시고, 중요한 글을 쓰기 전 등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며 안목을 재충전하시길 바랍니다.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프롤로그 中
과연 이런 책을 쓰는 저자답게 책의 문장들 역시 깔끔하고 읽기 편하다. 글을 볼 때 느끼던 불편함을, 이것 때문이야! 라고 시원하게 집어주는 느낌이다. 한국어 원어민이기 때문에 느끼던 이유 모를 불편함의 근원을 찾은 것이다. 무어라 설명해야 할 지 모를 괴로움이 언어를 찾은 기분이었다.
이 책은 학창 시절 보던 참고서, 그것도 아주아주 친절하고 가벼운 참고서 같다. 예문을 들어 하나하나 설명하고, 이걸 수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 책을 쓰신 저자 분을 만나본 적도 없지만, 내 책상에 앉아 이 분의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라고 하는 게 제일 적절하겠다.
내 책상 한 켠에 항상 두고 글을 쓸 때, 혹은 글을 읽을 때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