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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같은 외출 ㅣ 미래의 고전 59
양인자 지음 / 푸른책들 / 2018년 2월
평점 :
양인자의 『가출같은 외출』을 만났다. 제목이 주는 첫 느낌은 사춘기가 주는 반항심이 똘똘 뭉친 앞집 뒷집의 아이들이었다. 그 예상이 맞았는지 총 6편의 작품을 품고 있는 동화집속 아이들을 하나씩 만나보자.
<진짜는 나쁘지 않았다>속 영주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다. 오래된 아파트에서 넉넉하지 않은 살림과 무기력한 엄마의 모습은 영주에게 숨기고 싶은 상처다. 영주는 나름의 생존법으로 다소 거칠고 센 아이인 미영이의 친구로 지낸다. 돈이나 학용품으로 친구를 만드는건 잘못된 일인 것을 영주도 알고 있지만 알리고 싶지 않은 집안 환경과 자격지심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같은 반 장은이의 등장은 영주를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힘들어도 화목한 가정, 부끄러워 하지 않는 착한,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장은이 엄마를 바라보며 영주는 부러움과 함께 밝은 빛을 안고 돌아온다. 더 이상 낡은 아파트와 무기력한 엄마를 핑계 삼아 미영이에게 휘둘리지 않고, 미영이에게도 속 시원하게 한방 날려준다. 영주가 데리고 들어온 빛은 엄마에게도 천천히 옮겨지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쑥:>과<날 좀 내버려둬>의 주인공들은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할머니와 함께사는 상진이는 동생을 위해서 돈을 받고 숙제를 대신해준다. 그렇지만 그 일은 실술 궃은 종현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고 선생님을 속이는 일이기에 상진이는 늘 마음속에 돌덩이를 담고 있는 듯하다. <날 좀 내버려둬>의 채민이는 엄마 없는 아이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은 나름의 힘으로 옳지 않은 일을 거부하고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심 깊은 선생님의 배려로 꽁꽁 뭉쳤던 응어리를 던져 버린다. 작가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마음을 대변한다. 읽는 순간 마음이 짠하고 화도 나지만 마지막엔 시원하다.
<그날 우리는>과 < 망월동 삼거리>는 우리의 아픈시대 상황을 담고 있다. 나 또한 기억이 가물거리는 어린나이에 겪은 일이라 간접적인 경험이 대부분이지만 그 시대를 산 아이들과 부모님을 마라보는 두 시각은 묘하게 연결고리가 되어 이어졌다. 사회에 무관심하게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시대상황에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표제작인 < 가출감은 외출>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현실을 사는 50~60대의 부모님들이 모두 그렇진 않지만 웬지 모르게 나의 부모님과 겹처 보이며 딱 주령이와 같은 마음으로 중학교 시절을 보냈었다. 단지 나는 좀 더 현실적 이었던 것인지 집 나가봐야 흔히 말하는 “개고생”이라는 생각에 그 시기를 지나왔다.
나는 좀 더 자라서야 부모님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주인공 주령이는 사건을 통해서 좀 더 빨리 부모님 마음을 깨닫고 이해한다.
이 작품집은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었고 잠시나마 우리 아이들이 되어보며 부모로서 나의 모습을 되짚어 보게도 만들었다. 주인공들의 굳은 심지를 직접만나보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