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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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을 우리는 무어라고 정의 내리고 있을까? 신체가 멀쩡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표면적으로 내뱉지는 않는 사람? 가끔씩 오래전 꿈이 떠오른다. 일어날 수도 없는 아빠가 집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나를 뺀 모든 가족들은 태평하다. 아빠는 이야기한다. "진영아, 모두가 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같은데, 그 기다림의 모양새가 다 다르지? 네가 나와 같은 모습으로 기다리게 될까 미리 두려워하지는 마. 너와 나는 똑같이 기다리고 있는 거야."

세상의 변화는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닥쳐온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작된다고 작가는 말한다.(비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며칠 전 도서관 반납 기한을 놓쳐 책 한 권을 연체 상태로 만들었다. 다른 시기에 빌린 책들까지도 함께 반납을 해야만 하나 걱정하며 퇴근을 하고, 밥을 챙겨 먹고, 도서관에 들려(공원에 둘러싸인 곳이라 계단을 오르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연체된 책 한 권만 반납하면 된다는 이야기에 감사함을 느꼈다만, 만약 내가 산에 오르다 발을 다쳤다면 이것이 수월하게 진행되어 도서관을 똑같이 감사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발견하게 될 계단을 생각하며 막막함을 느끼겠지.

허리를 다친 아빠와 함께 걸었던 겨울이 떠오르기도 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위험 속에 살기에 일어날 위험에 대한 대비와 일어난 사고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이유"겠지만, "다리 아픈 엄마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며 천천히 걸었을 인숙의 딸과 그런 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종종걸음을 쳤을 인숙 사이의 거리"를 바라보며(엄마와 딸의 거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이 사회의 확고한 시스템"(유재석, 김연아, 그리고)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쉬운 책은 아니었다. 아빠에게 말은 못 했지만, 내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버텨달라 빌었던 어릴 때가 겹쳐져 퇴근길에 한참을 울었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이야기에서 함께 갔었던 옆 동네 마트를 생각하며 덮으려던 마당에 "너무 아파서 차마 눈을 뜰 수가 없다는 이에게 눈을 감아도 괜찮다고, 다만 네가 혼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다시 봄 마주하기), "오래전 누군가의 죽음을 통과하면서 울었어야 할 울음을 뒤늦게 울었다. 끝내 모른 채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던 것을 이제라도 애도할 수 있어 다행이다"(늦은 애도)라고 이야기하는 이에게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은 우선 끝까지 넘기고, 기억하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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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4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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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신의 모습이 좋았다. 신의 선의에 감사하면서도 피조물을 계속 보호해주도록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거나(기쁜 일이 일어날 때마다 먼 곳에 계신 내가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드리곤 했다.) 저주받은 사람들에게도 절벽 가장자리에서 그들을 구해줄 수 있는 가볍고 민첩한 발을 주실 수 있는 분이라니,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주실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토록 관대한 믿음은 어디서 왔을까?

그 믿음들을 전제로 두고 바라본 그들의 삶은 처참했다. 언제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길 수 있음을 의식하고 사는 (내가 죽어보지 못해도)죽음과도 가깝고도 친한 삶. 그들의 사회에서는 모든 일들이 급격하게 일어났기에 불행과 빈곤만이 아닌 행복과 번영도 그들에게 쏟아졌다. 책 안에서 반짝이던 등장인물들이 사라지는 모습에서 나는 언제 떨어질지 몰라 불안하지만, 반짝이는 밤 하늘의 별똥별을 본 것 같았다.

이러한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주었던 원동력들이 한참 시간이 지난 오늘, 먼 곳에서도 읽히게 만들었겠지. 모든 걸 체념하고, 자식들을 위해 일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거나 낯선 타지로 나가 인생에 운을 걸어보거나, 복수와 세상이 자기의 상상력과 열정에 맞춰 돌아가게 만들고 싶은 무서운 욕망들. 혹은(중요한 것 나옵니다.) 정신나간 꿈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아는 것, 너와 물리적으로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너와 나 사이에 선 하나를 우선 그어보는 일.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간절하게 원한 게 뭐였죠?_ 당신을 아는 것 내 말을 귀 기울여 듣지 말아요. 불가능한 걸 구하는 거니까. 진실은 내가 행복하다는 거예요. - 작은 그림 두 점이 당신 집에 있는 걸로 만족해요 ↔ 난 거기서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크나큰 불신을 봐. - 그녀가 살아온 특수한 환경을 잊어서는 안 돼…. 가난과 외로움,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깔보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그들과는 다르다는 의식… 재능은 그것을 가질 정도로 충분히 불행한 인간에게 늘 그런 의식을 부여하지 (196, 203p)

난 그 그림을 보지 않았어도 모든 게, 모든 세부가, 특히 그 불멸의 본질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을거야. - 사람들이 정성 들여 모시지 않은 거야. 쓸모없는 물건처럼, 돌멩이처럼 그냥 던져놓은거지 ↔ "난 그래도 자유롭잖아요. 마음 내키면 종일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을 수도 있어요. 지금 여기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아다가 취하는 목소리의 억양, 눈빛이 그에게 영혼의 본질 그 자체를 드러내주었다. (201 ,216p)

첫 만남부터 무서웠지만, 그녀에게 끌렸던 그가 결국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와 맞서기 위해 평화로운 항구를 떠나온 사람처럼 아다와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과 사랑까지 바라는 대신 곁에만 있길 바랬던 벤의 모습까지 모든게 흩어지는 결말에서도 다시금 빛을 찾는 그녀에게서도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의 범위는 얼마나 넓을까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1. 전작에서의 비슷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다시 등장한 것에서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작가님 주변에는 어떤 이들이 함께하고 계셨을까?
2. 스윗 프랑세즈보다 단촐하지만 그래서 깊은 사람들의 생동감이 좋았다. 뜨거운 피와 단편집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던 것 같아 새로운 작품도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겠지. 기 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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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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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삐딱하고, 부족하고, 바보같은 사람들이 회복의 길로 찾아가는 모습들이 좋았다. 장편인듯 단편아냐? 장편같은 너라 쉬운 호흡과 각자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내가 만난 하나의 세상을 잠시 바라보는 것도 나름 기쁜 포인트! 다음 만남엔 완벽한 해피엔딩 순서로 찾아가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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