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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 - 쇠락하는 산업도시와 한국 경제에 켜진 경고등
양승훈 지음 / 부키 / 2024년 3월
평점 :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견인했던 산업도시들은 ‘노동자 중산층’의 산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미래는 지속가능한가?
‘조선소 출신의 산업사회학자’로서 전작에서 산업도시 거제를 심층 탐구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산업수도’ 울산의 심층 분석에 나섰다. 저자의 문헌 연구뿐만 아니라 심층 인터뷰 조사를 통해 통찰의 날카로움을 더했다. 저자는 ‘생산성 동맹’의 와해가 야기한 비정규직의 증가와 N차 하청구조의 심화, ‘산업 가부장제’에 따른 젠더 분업의 불균형으로 인해 청년, 여성, 고학력 인구가 울산을 떠날 수밖에 없으며 울산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있는 평자의 입장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감사의 말’에서 본인이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비판적 경제지리학’적 관점이다. 본 서평은 이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
첫째, 저자는 도린 매시(Doreen Massey)의 ‘노동의 공간적 분업(spatial divisions of labour)’에 의거하면서, 한국도 1990년대를 지나면서 제조업의 연구개발·설계의 기능이 수도권으로 점차 이전했고 울산은 결국 ‘말단 생산기지’로 추락했다고 말한다. 비단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 실태의 한 원인을 꼬집는 중요한 비평이다.
둘째, ‘동남권 메가시티’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은 것이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교통·물류망 개편이라는 공간 혁신과 산학연 연계망이라는 혁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울산, 부산, 경남의 강점을 결합시킴으로써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역정치의 이해관계는 이를 좌초시켰고, 울산은 현재 포항과 경주를 아우르는 ‘해오름 동맹’을 통해 자력갱생을 도모하고 있지만 저자는 이것만으로는 울산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서술한다.
저자는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기에 두 가지 측면의 대안을 제시한다. 하나는 울산시와 지역 산업계에 요청하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국가(중앙정부)에게 기대하는 전략이다. 저자는 후자의 전략에 대해서 국가가 제조업 고도화 정책과 함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주문한다.
현 윤석열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이 곧 국정철학인 ‘자유’와 ‘공정’과 결부되는 것이라면서 ‘지방시대’의 중요성을 주창했다. 하지만,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서 적극 지원해 주기로 선포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남부에 입지하게 됨에 따라 ‘지방시대’의 구호는 무색해져 버렸다. 과연, 산업수도 울산은 지방소멸의 시대에서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