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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동양사 ㅣ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2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3년 12월
평점 :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의 후속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엔 동양사를 그 무대로 다루는 본서는 전쟁을 “국익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 아닌 “힘 있는 멍청이들의 ‘키배’였을 뿐”이라고 규정한다는 점에서 전작의 문제의식과 동일하고, 풍자로 가득한 밈을 적극 활용하는 옴니버스식 구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24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특정 전쟁들, 즉, 몽골제국(6편)과 근대 일본(10편)의 대외전쟁사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지는 것도 십자군 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던 전작과 유사한 특징이다.
그렇기에 본작에 대한 평자의 감상 역시 전작에 대한 평가와 대체로 일치한다. 개그코드로 무장된 만화가 주는 가독성이 입문자 수준의 독자에게는 탁월한 학습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 그러나 주제의식에 비해 너무나도 평이한 본서의 제목에 대한 아쉬움, 인물·사건 묘사에 있어서 과장과 희화화가 유발할 수 있는 독자의 오해에 대한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쉬운 바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전작에 비해서 지나치게 허술하게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전작이 총 360쪽에 24개 장을 다루는 데 비해, 본작에서는 324쪽의 분량이 28개 장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짐작된다. 메인 에피소드(몽골제국, 근대 일본)가 아닌 몇몇 장들에서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는데, 특히 황건적의 난(제3장), 탈라스 전투(제4장), 오다 노부나가(제13장) 에피소드에서는 전쟁의 양상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는 전체적인 경위와 맥락을 매우 얕고 거칠게 훑어내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는 점에서 전쟁사 서적으로서 독자들에게 유의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웠다고 여겨진다. 초한 쟁패(제1~2장) 에피소드 역시 2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기는 했으나 『초한지』의 방대한 줄거리를 담아냄에 있어 그 요약의 묘를 잘 살려내지 못했기에 『초한지』를 읽은 독자들에게 옛 감흥을 되살리기에도, 이를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도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본의 아니게 전작에 비하여 일단의 아쉬움을 토로했으나, 평자는 입문자들에게 그 문턱을 낮추어 줄 가벼운 대중 역사 서적들의 등장을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특히, 몽골제국의 대외원정과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교과서적인 지식에 그치고 있던 평자에게 전작과 본작은 아주 흥미로웠다. 향후에도 저자들에게 이와 같은 마중물의 역할을 기대하는 바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