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1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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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를 다루는 저작들은 대체로 특정 전쟁의 경과와 이것의 역사적·전술적 의의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 서술이라 할 것이다. 본서가 흥미로운 것은 그와 같은 상술보다는 “멍청한 지휘관들이 벌여온 우스꽝스러운 전쟁의 역사”를 다룬다는 재미있는 문제의식을 선택한 것이다. 대체역사 저작으로 널리 알려진 『만약에 1: 군사역사 편』(스티븐 앰브로스, 1999)을 읽었을 때 느꼈던 소재의 흥미로움이 다시금 떠올랐다. 물론 역사가들의 진중한 학술적 고민이 담겨있는 『만약에』와 비교했을 때, 본서는 교양 수준의 깊이에서 풍자스러운 밈으로 무장된 만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까닭에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멍청한 지휘관”들과 “이거 실화냐?”라고 부를만한 우연의 향연이 펼쳐내는 “우스꽝스러운 전쟁의 역사”를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소재들로 선정되었다. 같은 기독교인들을 약탈하고 공격했던 십자군(민중, 4차)의 이야기, 진흙탕의 언덕 위로 중장기병을 16차례나 돌격시키며 갈아 넣은 크레시 전투, 칼레 해전에서 패퇴하는 와중에도 적국 영국을 한 바퀴 순회하는 기행을 보인 스페인 함대들, 워털루 전투에서 최고지휘자의 궐위 상태를 만들어버린 나폴레옹의 치질 등등.

사실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라는 다소 본서의 제목은 사실 이 저작의 특장점을 담기에는 너무나도 평이하다. 24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알렉산드로스의 페르시아 원정과 미국 남북전쟁이 각각 2편, 십자군 전쟁이 6편, 전간기 및 제2차 세계대전은 무려 8편을 차지하여 저자가 관심을 가진 특정 전쟁들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사실 책의 제목처럼 개별 전쟁들의 이이기들을 엮어 서양사를 조망하기에는 난망하다. 그렇기 때문에 “멍청한 지휘관들이 벌여온 우스꽝스러운 전쟁의 역사”라는 문제의식을 간명하게 담은 구호가 제목으로 채택되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정치사나 전쟁사와 같은 ‘사건사’보다는 사회사나 경제사라는 부문으로 대표되는 ‘구조사’를 탐독해보려고 애를 써왔다. 상대적인 ‘표층’의 역사라고 여겨지는 사건사보다는 ‘심층’의 역사인 구조사를 공부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본서는 언제든 ‘비합리’적인 행동을 일삼을 수 있는 개인과 때때로 찾아오는 믿을 수 없는 우연이 전쟁의 판도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바꾸었을 역사의 물줄기를 상상해보면서 구조사라는 의제에 몰입하고 있었던 최근 필자의 자세 또한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본서는 독자들에게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만화라는 장르와 밈이라는 개그코드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전쟁사 입문자들에게 탁월한 학습효과를 주리라고 기대한다. 다만 이러한 특성이 어떤 인물의 언행과 사건들은 희화화 혹은 과장되게 묘사했을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고 개별 전쟁들에 대한 서술들을 찾아본다면 더욱 풍부한 학습이 될 것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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