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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원고지 -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 2000~2010 창작일기
김탁환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평점 :
김탁환의 원고지
2000~2010 창작일기
‘더 써야 한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고독해져야 한다. 버텨야 한다.’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떤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현실에서 죽음은 곧 영원한 소멸이지만 책을 내면서 작가가 겪는 죽음은 일정 기간 동안만 지속된다.
- 2000년 10월 6일 일기 중에서
아무도 모르는(이해받기 힘든,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정서(혹은 사상)라고 하더라도 난 이걸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내 고민의 뿌리이며 내가 그래도 글쟁이다운 글쟁이를 꿈꿀 수 있게 만든 근간이니까. 어떤 작업보다 힘들고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난 올라갈 것이다.
- 2002년 7월 31일 일기 중에서
창작을 하는 것이 고통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우리들은 책을 쉽게 읽으면서 그 책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말들을 하지만 그 작가가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소설가 김탁환은 책으로 먼저 만난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면서 원작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작품은 스무 편 넘는 장편소설, 중단편과 연구서, 산문집을 합쳐 50권이 넘는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의 원작자 이기도 하다.
글을 쓰는 예술가의 삶을 엿보면서 왜 그가 예술노동자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이 글은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기에 작가의 내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일기 속에서 만난 작가 김탁환은 우리와 친근하지만 천상 글쓴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렇게 10년동안 소설을 쓰지 않을때, 쓸 수 없을 때, 쓰기 싫을 때, 문득문득 써내려갔던 창작일기가 이제는 서사시가 되어 우리들 곁으로 찾아왔다.
그는 치열하게 성실하게 예술노동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들 책을 많이 읽어주고 읽으면서 다음에 꼭 아이들을 위한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김탁환의 원고지를 읽으면서 그 작은 소망이 더 숨을 곳을 찾고 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많은 가르침도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글을 쓰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끝없는 구상과 집필, 고통스런 퇴고의 과정을 거쳐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엄마가 아이를 낳고 그 고통의 순간을 잊어버리고 다시 아이를 잉태하듯, 그도 새로운 작품을 위해 또 새로운 인물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