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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평점 :
절친 재이와 함께 기순고에 진학하게 된 윤나는 설렘 속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해요. 하지만 재이와 다른 반이 된 이후로 둘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죠. 그 틈을 파고들 듯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며 강압적인 변화를 밀어붙이는데, 교칙은 엄격해지고 사라졌던 야간자율학습까지 부활해요.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윤나의 담임이 ‘전교 1등을 하면 야자를 빼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던지죠. 미용학원을 포기할 수 없는 윤나는 전교 1등이 되기 위해 묘책을 떠올리는데, 그게 바로 강령술이에요.
그렇게 불러낸 전교 1등 귀신 순지. 하지만 순지가 윤나를 도와주는 이유는 따로 있었답니다.
”너희 학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치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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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학교가 오히려 학생들을 강압적인 구조 속에 밀어 넣는 모습을 보여줘요.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때로는 자신만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모두를 위해 **자신만의 선택**을 하죠. 그 선택이 때로는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선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은 틀림 없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아요. 저는 이 소설을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사회와 개인의 관계로도 읽게 되었어요. 정상화라는 말로 포장된 통제, 질서를 이유로 정당화되는 폭력과 억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워지는 목소리들. 이건 교문 밖의 세상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장면이잖아요.
정상화 같은 소리를 운운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갈 거라면. 이 세상은 주기적으로 누군가가 죽어야만 정신을 차리는 걸까.
반복되는 ‘정상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왜 항상 누군가의 희생이어야 할까요.
그래도 결국 이 이야기는 학교 안에서 시작해서 학교 안으로 돌아와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부딪히는 교실, 복도 그리고 학교의 규칙들. 어른들이 멋대로 정한 질서 속에서 상처받고, 고민하고, 떄로는 위험한 선택까지 하면서도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하고, 버티고, 바꾸려고 하죠.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렇게 만들어진 학교의 작은 변화가 그 다음에 들어올 아이들에게 확실히 전해진다는 것이었어요. 학교는 어른들이 운영하지만, 결국 학교라는 공간을 살아내고 선택하는 건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이 분명히 보여주는 거죠. 어쩌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학교가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청소년들의 선택으로 조금씩 바뀌어 가는 곳이라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변화가 사라지지 않고, 다음 아이들에게 건네질 수 있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