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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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눈 앞의 존재가 스러지면 하나의 종 전체가 멸종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멸종이라는 단어는 너무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문득 '아, 프로스프가 사라지고 나면 큰바다쇠오리라는 종 전부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거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또 어떨까.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세상에 정말 딱 하나 남은 큰바다쇠오리 프로스프와 그를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 오귀스트의 이야기이다.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고 무자비한 큰바다쇠오리 사냥 현장에서 오귀스트가 도망쳐나오는 큰바다쇠오리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인간은 짐승을 잡아먹고, 짐승은 다른 짐승을 잡아먹는다. 그게 세상의 법칙'(41p)이라고 생각하는 오귀스트는 프랑스의 박물관에 큰바다쇠오리를 넘겨줄 요량으로 끊임없이 그것을 관찰한다. 기세 좋게 올라오고 있는 새로운 털과 같은 세세한 외양부터 부리를 움직이는 방식의 미묘한 차이까지. 하지만 그는 깨닫고 만다. '그 새가 큰바다쇠오리의 방식으로 자기에게 더없이 상냥한 미소를 짓고'(76p) 있음을. '하나의 살아있는 존재가 그에게 자기를 내맡기고 있음'(78p)을. 그의 눈 앞에 온전하게 살아있는 이 새가, 자신을 삶의 터전에서 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하게 그를 믿고있음을. 그래서 그는 큰바다쇠오리에게 이름을 붙인다. 프로스프, 행복의 전조 같은 것을 담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멸종'이라는 단어와 프로스프를 연결짓게 된다. '지구는 풍요 그 자체'이고 '한 종류가 아주 완전히 없어지는'(127p)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공고했던 인식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프로스프가 이제 지구 상에서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단 하나 남은 큰바다쇠오리라는 사실은 무덤덤한 문체로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존재는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동물이었다. 귀스와 엘린보르네 집에 사는 자기네 종의 유일한 동물, 자기 주위의 사람들과 공통된 언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동물, 이제 큰바다쇠오리라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동물." (147p-148p)

앞으로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과 깊은 유대감을 쌓아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아프게 느껴지는 와중에 또 아름다웠다. 전혀 다른 종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고 하나뿐인 친구이자 반려자가 되는 이 과정이 속속들이 아름다웠고 눈을 뗄 수 없었다. 귀스가 프로스프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을 읽을 때 즈음에는 당연하게도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스프의 여정을 책을 읽어내려가며 함께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계속 기억해야한다. 프로스프의 깃털이 얼마나 가벼운지, 물속에 들어가면 얼마나 힘이 센지, 물고기를 잡을 때 얼마나 민첩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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