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23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나 사회생물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윌슨의 「사회생물학 : 새로운 종합」은 나오자마자 '과학의 탈을 쓴 현대판 우생학', ' 남녀,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이론'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 책「인간 본성에 대하여」에서 윌슨은 행동에 인종적 차이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인간을 생물학적 종이라는 자리에 우면 집단들이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는가 하면, 남녀의 유전적 차이로 인해 남성은 공격적이고 성급할수록, 여성은 수줍고 주저할수록 유리하게끔 진화되어온 것이며 이를 토대로 성적 분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는 그가 일단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사회적 행동양식이 어떻게 발달했고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하려 했던 것이지 결코 그러한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목표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반발은 당연히 예상했어야 했다.

그 밖에 윌슨의 견해를 비롯한 사회생물학이 사회·문화적 과정들을 오직 유전자의 원리로만 설명하려고 할 때 환원주의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사회생물학자들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지만 윌슨은, 생물의 사회적 행동은 기본적으로 유전자의 지배를 받지만 환경이나 문화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그는 과학적 유물론의 우월성을 역설하며 현대 사회의 새로운 신화는 이에 바탕을 둔 진화적 서사시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한다. 물론 환원주의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원주의적 접근 방식이 극단적으로 나아가면 생명현상의 종합적인 이해를 간과하여 생명의 본래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윌슨의 사회생물학에 대해서는 몇 가지 시각이 있지만 내 입장을 정리하는 것은 아직 무리인 듯 싶다. 유전자 결정론의 환원주의적 시각을 무조건 비판해서도 안되겠지만, 그것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많고, 인종차별에서 나아가 유전자 불평등까지도 유도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시각에 대해 더욱 철저한 비판적 고찰이 필요하겠다는 중립적 평가 정도로 해 둔다. 사실, 지금으로선 이 책을 통해서 사회생물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도 충분할 지 모른다.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기존의 철학적, 사회과학적이 아닌 생물학적 접근 방법이라는 미처 몰랐던 가능성과 마주치게 되어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고.

사회생물학자들의 주장이 사실이어서, 생명의 주체가 유전자이고, 인간도 '이기적인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프로그램된 로봇 전달자'라는 것이 '진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한계로 인식하는 단계에까지 왔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더욱이 한계가 있기에 자유롭고 싶은 것 아닌가. 검증 가능한 과학적 추론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 아닐는지. 지금은 솔직히, 어떤 것도 절대적일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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