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 ‘추리 소설, 탐정 소설’을 미스터리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즉, 미스터리 소설이란 작품 내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평범한 사고로는 추론하기 어렵게끔 쓰인 소설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으로 추론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그것을 분석하고 체험하려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또 미학적 관점에서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미스터리 소설이 대중적 인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란 초반에 독자들에게 던진 의문의 낚싯줄을 마지막에 낚싯대를 튕겨 올리는 순간까지 팽팽하게 유지되는, 그리고 그 낚시에 걸려든 독자들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질 때의 충격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물고기도 한 번 물었던 미끼에는 좀처럼 낚이지 않는다고 하듯이, 미스터리 소설 독자들 역시 작가가 던진 미끼가 이전에 물었던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나면, 더 이상 그 작품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결국 미스터리 작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는 것은 물론, 이미 수많은 미끼에 익숙해져 날카로운 안목을 갖게 된 독자들을 감쪽같이 낚을 수 있는 새로운 장치, 새로운 트릭, 새로운 반전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2007년, 그야말로 혜상과 같이 나타나 2008년 일본 문단을 충격과 감탄의 소용돌이에 빠뜨린 신예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데뷔작 [고백]은 실로 오랜만에 재미있는 미스터리의 정수를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본래 제1장 <성직자> 만으로 완결된 단편 소설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성직자>가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이 작품에 연관된 다섯 편의 이야기를 추가하여 하나의 장편 소설로 엮어내게 되었고, 그것이 이번에 내가 읽은 이 작품 [고백]이다.
고백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함’이라고 되어 있다.
[고백]에는 다섯 사람의 여섯 가지 고백이 등장한다. 독자는 그 고백들을 읽으면서 작품의 축이 되는 하나의 사건에 얽혀 있는 관계자들-혹은 관계자가 아니었으나 불가피하게 관계자로 끌려 들어온 사람들-의 입장을 차례차례 알아가게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어떤 한 주인공의 입장을 위주로 하여 전개되기 쉬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작가가 철저히 객관적 입장에서, 완벽하게 모든 등장인물 각각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고백을 써내려갔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전에 각 인물에 대해 치밀한 프로파일링 작업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작품을 읽어가면서 두 번째로 전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등장인물 각자에게 선과 악의 입장을 부여하는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예상 가능한 범주를 완전히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그 피해자는 순수하고 무력한 어린아이였다. 이쯤 되면 독자의 머릿속에서는 당연히 살인자가 악, 피해자와 그 어머니가 선이라는 이분법적 선입견이 생기게 된다. 작가 역시도 그런 개념을 굳이 꼬거나 뒤집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백을 읽어가면서 점점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고백]의 피해자는 아무런 이유 없이 범죄의 희생양이 된다. 굳이 따진다면 소소한 이유가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너무나 소소하기 때문에 이유라고 하기조차 어렵다.
반면, 가해자에게는 가해의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 ‘묻지마 범죄’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해도, 대부분의 악행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나 동기가 있다. 전통적인 드라마트루기를 가진 이야기 속의 범인이라면 특히 그렇다. 범인은 그런 것을 통해 스스로를 설득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고백]의 가해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고백]의 가해자들이 일반적인 이야기의 그것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들이 살인자이지만 살인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살인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실패한 자, 사람을 죽일 의도는 없었으나 결국 자신의 의지로 사람을 죽인 자,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긴 했으나 결국 가장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 했던 자 등…… [고백]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에게서는 작위적인 단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마지막에 장치되어 있는 대반전을 보고 나면, 책을 덮으면서도 과연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였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고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정의를 피력하고자 했던 다섯 사람.
그리고 그들과 대비되는, 철저히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았던 ‘세상을 바꾸는 철부지 선생님’. (이것은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인 듯하다.)
[고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정의를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행동했고, 자신의 정의가 옳다는 데에 추호의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결말은 비극, 비극, 또 비극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진심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말한다 해도, 그것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진심이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좀 더 깊이, 여러 번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백]이 일본에서 그처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단순한 흥미 본위의 미스터리가 아닌, 인간 심리에 대한 놀라운 성찰과 캐릭터에 대한 치밀한 프로파일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정말 잘 만들어진 심리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