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의 비밀
다이도쿄데스노트연구회 엮음, Lind L. Tailor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바타 타케시의 <데스노트>는 분명, 지난 한 해 동안 한국과 일본의 만화 팬들을 가장 열광하게 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고스트 바둑왕>을 그리며 완전히 완성된 오바타 타케시의 미려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데스노트>의 가장 큰 매력은 ‘데스노트’라는 비상식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아이템의 설정과 ‘야가미 라이토 vs L’이라는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돋보이는 주인공들의 대결 구도가 아닐까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끌고도 남았을 <데스노트>였는데도, 스토리 작가인 오바 츠구미와 작화를 맡고 있는 오바타 타케시는 여기에 ‘논리와 추리 게임’이라는 요소를 추가하여 데스노트라는 아이템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었다. 즉 작중에 ‘데스노트를 사용하는 법’이라는 코너를 마련해두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가며 “데스노트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며 나름의 사용법과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미묘한 설정의 존재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다채로운 상황들이 <데스노트>라는 만화 자체의 재미를 몇 배나 더해주고 있는 것. 게다가 비범한 두뇌를 가진 주인공 라이토와 L이 각각 ‘대량 살인마’와 ‘천재 명탐정’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되는 치밀한 논리와 추리 게임은 독자들로 하여금 뒤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끔 하는 강렬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데스노트의 비밀>은 <데스노트>의 이런 특장점에서 유발되는 다양한 재미 요소들-스토리 진행상 작중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생략하고 넘어간 이야기들이나 설정에서 응용 가능한 여러 가지 가정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나도 <데스노트>의 광(狂)팬에 속하는 사람이라서 이번에 나온 단행본 6권을 사면서 이 책을 발견하여 같이 사봤는데, 이것저것 재미있는 내용들이 꽤 많았다. 작가 본인이 설명하지 않는 한에는 그저 짐작만 할 뿐 정확히는 알 수 없을 내용들을 작중에 사용된 컷과 요소들을 근거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추론해가는 필진의 열의가 놀랍고, 똑같은 만화를 보면서도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더 할 수 있구나 하는 데에 이르러서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이 책을 집필한 필진 역시 <데스노트>라는 작품을 놓고 추리하기만 한 것일 뿐이니 이 책에 실린 내용 역시도 오바 츠구미나 오바타 타케시의 생각을 정확히 짚어낸다거나 모든 <데스노트> 팬들을 납득시키고 감탄시키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데스노트>라는 작품에 관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확실히 즐거운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시커먼 표지와 앞뒤로 공(空) 노트 페이지를 넣어 데스노트의 분위기를 낸 출판사의 센스에 별 하나를 더 던져주고 싶다. 슬그머니 누군가의 이름을 써보면서, 아무런 효능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해지는 그 기분이라니……. 역시 데스노트 같은 건 평범한 사람은 감당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지 않을까 하는 잡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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