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13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지음, 김옥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치마만다 은고지 아다치에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리뷰

 

인간은 모두 대지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대지를 종족 혹은 국가라는 선으로 분할한다. 각각의 경계선들은 그 농도나 굵기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혹은 그 영역을 더욱 넓히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유를 갈망하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 땅 위에서 자유를 찾는 길이 전쟁 밖에 없다는 듯이. 그러나 전쟁은 희망을 안겨주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의 패배자에게는 크나큰 절망과 허탈함만을 안겨준다. 전쟁이 끝난 후 올란나가 사기 당했다고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 땅 위에서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자유와 희망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대표작『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에서는 자유를 희망하는 인간이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일꾼 으그우, 유학파 지식인 올란나와 오데니그보, 영국인 리처드, 사업가 카이네네.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이지리아와 비아프라’라는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사적인 사건들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가 전개 된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제각각 성격이 뚜렷하다. 으그우는 유학을 다녀오지도, 학교를 다니지도 않은 전형적인 나이지리아 태생이다. 그러나 점점 오데니그보에게 공부와 영어를 배우고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알아간다.

올란나는 기업가의 딸로서 영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이다. 그녀는 아프리카 태생의 여성이라는 조건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전쟁을 전후로 하여 그녀는 지식인의 면모보다는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질긴 여성으로 변모한다.

올란나의 연인 오데니그보 또한 지식인이다. 그는 이상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러나 그 역시 전쟁을 전후로, 그리고 그의 어머니의 술수로 망가져간다. 그가 지녔던 이상은 전쟁이 심화될수록 그 기세가 옅어진다.

영국인 리처드는 일반적인 영국인의 시선으로 비아프라 전쟁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우월감에 빠진 영국인이나 미국인을 혐오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비아프라를 바라본다.

카이네네는 올란나의 쌍둥이 자매다. 그녀는 올란나와 달리 매우 현실적인 기업가다. 카이네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지만 나중에는 얼음이 녹듯 인간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는 비아프라 전쟁의 긴박함과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질투, 분노, 사랑, 연민, 슬픔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녹아내고 있다. 작가가 더욱 무게를 둔 부분은 역사적 사건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아닐까한다. 어찌보면 신파극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고 솔직한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희망 역시 전쟁이나 정치인이 아닌 인간 개개인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았다. 비록 상대방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받지만 결국 주인공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믿어왔고 앞으로도 속는 셈치고 믿어보고 싶어 하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었으니까. 그리고 인간을 희망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서로를 나누는 경계선을 지워야겠지. 희망은 반쪽짜리 태양이다. 모든 것을 보여주거나 밝히지 않지만 밝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그것이 절망도 안겨주지만 희망도 안겨주는 인간과 마찬가지니까.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는 나에게 이런 생각을 설득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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