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하드보일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모즈가 울부짖는 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2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자욱한 담배연기, 안주없이 털어넣는 위스키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순간의 그 씁쓸한 뒷맛,

뒷골목, 주고받는 대화보다는 오고가는 주먹과 쌈박질. 그리고 거친 사내들.

내 스스로 하드보일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여기 훌륭한 하드보일드 소설이 있다.

일본 유명 방송사에서 공동제작한 <모즈>의 원작소설이 아니였더라면 우리나라에 소개되기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실로 엄청난 작품을 맞닥뜨리고 그 여운에 헤어나질 못하겠더라.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가이 가즈히코는 자신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얘기에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여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도심 한복판에서 폭탄테러로 아내를 잃은 공안형사 구라키 나오타케 역시 아내의 죽음을 파헤쳐 나가는 두 개의 굵은 가지에서 뻗어나가는 이야기는 종잡을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나간다.

경찰조직에서 흔히 보여지는 미묘한 줄다리기와 암투, 배신, 복수, 권모술수를 작가는 엄청난 필력으로 메꿔나가는데 군더더기 없는 서술은 하드보일드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주인공 구라키 나오타케라는 캐릭터의 아우라가 실로 대단하여(물론,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겹쳐지긴 했지만-이는 드라마 캐스팅에서도 참 잘 한 것 같다) 저런 경찰이 있다면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돼 난 그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 할 것 같았다.

듣기론 시리즈가 5권이라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전 권을 읽을 수 있을지....내심 초조해진다.

아, 모즈시리즈 부디, 제발 읽고 싶다.

올 초여름부터 강렬한 소설과 맞닥뜨린 행운을 다른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읽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