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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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때
뱅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문학동네 발행

다섯 편의 작품이 모여 있는 책이다.
각각의 작품은 제목도 다르고 등장 인물도 다르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다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인것 같이 생각된다.
첫번째 작품 '프러시안블루'는 나치의 전범 헤르만 괴링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재판에서 교수형을 언도받은 괴링은 권총 자살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안화물 캡슐을 깨물고 자살한다. 히틀러를 포함한 나치의 지도부가 자살에 사용한 시안화물 캡슐은 피터르 판데르베르프의 작품에서 성모마리아의 장옷에 입힌 파란색, 프러시안블루에 황산을 섞은 화합물이다. 이 시안화물의 또 다른 산물인 치클론은 유대인 수용소의 살상에 쓰인 가스이기도 하다. 이런 극악한 짓을 저지른 히틀러지만 진작 전사에 독가스 사용은 하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 참전시 영국군의 겨자가스에 잠시 눈이 멀 정도로 독가스의 폐해를 체험했었어리라. 역사상 처음으로 전쟁에서 가스 공격이 벌어진 벨기에 이프로전장, 피부를 검게 물들이며 죽은 5000명의 프랑스 병사들이 마신 가스공격의 책임자는 프리츠 하버다. 하버가 누군가. 최초로 공기중에서 질소를 추출한 유대인 화학자다. 세계 대기근을 막을 수 있었던 질소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든 바로 그 하버다. 수천명을 고통속에 죽게 만들기도 했고 수억명을 기근에서 구하기도 했으니 하버는 선인가 악인가?

두번째 작품 '슈바르츠실트 특이점' 의 주인공은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인 슈바르츠실트다. 역시 1차세계대전의 참전 군인인 주인공은 전장에서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미제로 남겨둔 일반상대성 방정식을 최초로 푼 해를 편지에 실어 보낸것이다. 천문학자이지만 물리학, 수학, 천문학은 하나이며 독일 과학을 독일 예술과 문학처럼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된다는 그의 바램은 지금은 상식처럼 된 블랙홀의 개념을 안겨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을 탄생시킨다.

세번째 이야기는 일본의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와 그의 학문적 스승인 알렉산더 그로덴디크가 주인공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표제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때'다.
물리학 전공은 아니지만 자연과학도로서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아 문장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었지만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파인만의 말대로 이 책을 읽었다고 양자역학 이해에 보탬이 된 점은 없다. 하지만 파동공식 하나로 명확한 설명을 하고자 했던 슈뢰딩거와 물리는 시의 언어로 기술해야 한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대결은 이 이야기의 백미다.
요양원 원장의 열두 살짜리 딸에 대한 마흔살 슈뢰딩거의 사랑은 흡사 롤리타를 사랑하는 험버트를 연상하게 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아인슈타인, 보어, 드 브로이를 인터넷을 뒤져 찾아가며 읽는 재미는 이 책을 읽는데 훌륭한 양념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작품 '밤의 정원사' 마지막에 나오는 레몬나무의 죽음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세지 같다.
"늙은 나무는 만일 벌목되지 않거나 가뭄, 질병, 무수한 해충, 균류, 역병의 공격에서 살아남으면 열매를 너무 많이 맺는 바람에 쓰러진다고 한다. 일생의 끝에 이른 나무에서는 마지막으로 무수한 레몬이 달린다. 마지막 봄이 되면 꽃눈이 트고 거대한 꽃송이가 피어 공기를 향기로 채우는데, 어찌나 달콤한지 두 블록 떨어져서도 콧구멍이 아릴 정도다. 그런 다음 열매가 한꺼번에 익고 이 초과 중량 때문에 모든 가지가 부러져 몇 주 뒤에는 썩어가는 레몬이 땅을 뒤덮는다. 죽음을 앞둔 저런 풍요는 야릇한 광경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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