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보랏빛 에디션F 8
히구치 이치요 지음, 유윤한 옮김 / 궁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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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보랏빛
지은이 히구치 이치요
옮긴이 유운한
펴낸곳 궁리출판
2021년 4월 12일 초판발행


격변의 시기인 메이지시대의 여성작가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선이다. 24년이라는 짧은 생을 보냈지만 오천엔지폐의 인물로 올라갈 정도니 일본에서는 유명한 작가인 모양이다.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작가가 22세에서 폐결핵으로 죽기전인 24세까지 쓴 작품들인데 탄탄한 줄거리에 어떻게나 이 중년아저씨의 심금을 울리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마지막에 수록된 작가의 일기를 보자.
나는 일곱 살 때부터 구사조지가 좋아 데마리나 오이바네 같은 것은 던져두고 책만 읽었다. P.224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어른스럽다거나 기억력이 좋고 이해력이 빠른 아이러고 칭찬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하셨다. 우타코 선생님도 다른 제자들을 제쳐두고 나를 제일 소중하게 대해주셨다. P.225
열두 살때 학교를 그만두었던 것은 어머니의 뜻이었다. 여자는 길게 공부시켜봤자.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바느질이라도 배워 가사에 익숙해지는 게 낫다고 하셨다. P.225
어려서부터 놀이 보다는 책읽기를 즐기는 조숙한 아이였다. 명석하기도 해 선생님과 아버지도 공부를 계속하길 원했지만 시대가 여자를 외면했다. 어머니의 반대로 상급학교 진학을 못하고 바느질을 배운다. 하지만 작가는 좌절하지 않고 와카를 배우는등 글공부를 놓지 않은 덕분에 짧은 생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식모살이를 하는 미네가 불쌍한 외삼촌을 위해 욕심쟁이 안주인의 돈 몇 푼을 훔칠때는 행여나 발각되어 착한 미네가 곤경을 당할까봐 조마조마하다. 방탕한 주인집 아들이 자기가 가져갔다고 종이 쪽지를 남기고 가 미네를 슬쩍 도와준다.(섣달그믐)
다른 작품들도 비슷하다. 웃음을 팔아야만 그나마 자립할 수 있었던 당시의 여자들(키재기, 흐린강).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은 작가와 닮아 있다. 서평을 위해 집어든 책이지만 짙은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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