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확장공사로 한 집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사람에게 토지 수용권을 내세우면서 집을 비우라고 통보한다. 그뿐 아니다. 스무살때부터 몸담아온 블루 리본 세탁회사마저 고속도로 관리청이 철거 통보를 한 상태이다. 블루 리본 세탁회사를 소유한 모기업인 암로코 사에서 파견된 오드너 사장의 지시로 새 공장 부지를 찾긴했지만 부지 매입 계약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 도스에게는 아들 찰리가 묻혀 있는 집과 대학 학비까지 데준 레이 사장님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세탁회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보루이다. 사장님은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셨어. 첫째, 빌려준 돈이니 갚을것. 둘째, 이자도 낼 것. 셋째,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가지고 블루 리본으로 돌아올 것. P. 57두 분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을지 몰라도 최소한 이 사업장이 위치한 이 땅의 의미는 아주 잘 알고 계셨어, 비니. P. 59스무살에 몸담은 세탁회사.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해온 회사의 레이 사장은 도스가 비워있는 세탁팀장 자리를 원하자 그 자리는 외부에서 사람이 오기로 했으니 대학에 가서 학업을 마치고 오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고 의아해 하는 도스에게 학비까지 빌려준다고 한다. 직원의 미래까지 생각해주는 이런 경영진은 도스의 눈에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한 오드너 같은 인간과는 비교 불가다. 이런걸 도대체 저 애숭이 비니는 알기나 할까.그 후에 산 어떤 텔레비전도 그 텔레비전만큼 큰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P. 111TV를 갖고 싶어하는 매리를 위해 도스는 24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페인트칠로 돈을 번다. 매리도 손에 굳은 살이 박힐 정도로 바느질을 해 번 돈으로 무리해서 RCA 콘솔 TV 를 산다. TV가 들어온 날 국가가 나올때까지 보고 화면 조정 시간에 사랑을 나눈다.자네가 받은 그 자리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하겠지마는 장기적으로는 정말 몹쓸 자리야. P. 25340층에 있는 경영진은 점심때 칵테일을 잔뜩 마시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수술을 망친 의사에 대해 떠들고 다니는 인턴을 질색하는 의사와 마찬가지다. 남의 일을 일러 바친 공로로 잠깐 자리를 주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말 많은 놈은 싫어한다. 언제가는 토사구팽 당할것이라고 충고하는것이다.찰리가 세상을 떠난 후 바튼은 한 번도 찰리를 생각하며 운 적이 없었다. 장례식때도 울지 않았다. 반면에 매리는 실컷 울었다. 거의 수 주일을 울어 눈이 줄곧 충혈된 채로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매리의 상처는 차츰 치유됐다. P. 3184년전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찰리, 집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찰리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을 쓸 일이 없는 사람이란 살아갈 계획도 없는 사람인 겁니다. P. 405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필요 없다는건 성인이거나 살 이유가 없는 사람, 둘 중의 하나일거다.어린아이가 볼 수 있는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부모의 등 아닐까. P. 419유아원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는 찰리의 눈은 도스가 보기에 아웃사이드의 시선이다. 냉정하게 맞기고 나오는 매리와 달리 찰리의 마음은 아프기 그지 없다.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세상이 그의 주변에서 폭발한 게 아니라 그의 안에서 폭발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폭발이었지만 그에겐 흔하디흔한 호두만 한 크기였다. 이윽고 눈앞이 하얘졌다. P.454모든게 끝났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자본에 휘둘리는 세상에 살아봤자 결국 아웃사이더로 살아갈것이다.책 표지에 소개한대로 자본의 논리에 파괴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수작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주인공 도스의 심정이 가슴에 와닿는다. 1970년대의 이야기이지만 2021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이야기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