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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평점 :
지정학의 힘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지은이 김동기
펴낸곳 아카넷
2020년 11일 18일
2018년 6월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다. 2차 회담에서 양국의 협상은 결렬 되었지만 회담 장소가 하노이라는것이 의미심장하다. 서로가 총부리를 겨누고 20여년 동안 많은 사상자를 낸 전쟁을 치른 적대국이었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후 눈부신 성장을 한 베트남의 모습을 북한이 직접 보라는 의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베트남 처럼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보자면서.
우리나라 다도해의 최남단에 있는 거문도는 평방 12킬로미터의 조그만 외딴섬이다. 구한말 1885년 영국 전함 3척이 이 섬을 무단 점령 했다. 당시 영국과 러시아는 아프카니스탄을 두고 군사적 갈등이 고조 되었던 시기였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한 러시아 함대가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거문도라 이 항로를 차단 하기 위해 영국이 조선의 동의도 없이 점령한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러시아는 동아시아정책을 수정한다. 시파워로는 영국과 일본에 대적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랜드파워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건설하기로 한것이다. 어쩌면 이는 조선의 운명을 결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횡단열차 건설 확정후 일본은 러시아의 동진을 막기위해 영국과 동맹을 맺고 먼저 청을 치고 러시아와 일전을 치룬다. 시파워대 랜드파워의 대결 와중에 결국 조선은 망한것이다.
한국전쟁은 휴전 67년이 지난 지금도 종전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다. 분단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은 종전선언을 원하지만 휴전 협정국인 미국 중국은 망설인다. 미국의 입장을 보자. 브레진스키는 1997년 그의 저서 <그랜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이란과 함께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위상을 높게 평가한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주일미군과 연계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 하고 동시에 일본의 재무장을 억제해 동아시아를 지배하려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통일은 오히려 한반도의 영향력을 잃게 될 수 있어 바라지 않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을 보자. 미국이 한반도를 장악한다면 중국의 동북아시아 정복은 물건너 간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도 전쟁도 원치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핵보유도 불만이고 북미 회담도 눈에 가시다. 그들은 결코 한반도의 혼란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어떨까. 러시아와 북한이 맞대고 있는 국경은 불과 19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아 안보적 관점에서 북한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반도가 통일 되더라도 안보상 위협이 크지 않고 오히려 통일된 한반도에 에너지 수출등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측면도 있어 미중일에 비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거부감이 덜하다.
지정학의 사전적 정의는 "지리 경제 그리고 인구 같은 요인이 정치, 특히 국가의 외교정책에 미치는 영향" 이라고 되어 있다.
저자는 대영제국의 시파워를 모델로 미국을 새로운 시파워 강국으로 키우고자 한 '마한', 러시아 독일 등의 랜드파워에 대항하는 것이 영국의 위상을 유지 하는것이라 주장한 '매킨더', 독일의 레벤스라움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나치에게 주어 히틀러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하우스호퍼', 미국이 유라시아의 림랜드를 단일 세력이나 한 국가가 지배하지 못하게 개압해야 한다는 '스파이크먼'에 이르기까지 고전지정학자 네 명의 이론을 살펴본다.
시파워를 대표하는 미국이 랜드파워의 소련과 중국의 대립을 이용해 유라시아를 견제 하고자 한 '키신저'의 전략, 그랜드 체스판에 비유해 지정학적 중심지를 지켜 유라시아를 지배 하고자한 '브래진스키', 랜드파워의 지정학을 대안으로 러시아가 유라시아의 맹주가 다시 되길 바란 '두긴'의 꿈, 대동아공영권을 내새워 아시아를 삼키려는 '코마키'의 일본지정학, 동북아를 포함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전부 품에 안으려는 중국의 일대일로도 차례로 서술 하였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구한말부터 열강의 지정학적 구도의 희생이 된 한반도가 지금이라도 지정학적 지능과 전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낡아빠진 이념 대결에 얽매일게 아니라 정치 지도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지정학적 상상력을 갖추어 지정학적 현실에 근거한 국가 전략을 구사할 근원적 동력을 생성할 것을 독자에게 주문하면서 책을 마무리 한다.